좁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
길쭉한 건물들 사이로 내려앉는 도시의 빛
태양이 지는 곳에서 멈추어 선다
우리 사는 이 땅엔 몇 년 뒤에야 그 빛이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 몇 년은 이미 이곳에 있지 않으리라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어떤 것도 제 기억을 집어삼키는 빛을 이길 수 없으니까
태양은 점점 붉고 거대해진다
저것이 늙고 지루한 붉은 거성이 된다면.
이 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라고 물었을 때
그것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라고 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빛에 타 죽을 거야.
네 눈에 비친 작은 해가 바르르 떨린다 당장이라도 타버릴 것처럼
빛이 어둠을 살라버릴 것이다
돌아서도 이미 쏟아지는 환한 화살들
결국 우리는 빛에 타 죽을 거야.
희망이 절망으로 질러가는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제 눈물이 그대로 말라버린 소금인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