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오 Oct 02. 2021

적색 거성



좁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

길쭉한 건물들 사이로 내려앉는 도시의 빛


태양이 지는 곳에서 멈추어 선다

우리 사는 이 땅엔 몇 년 뒤에야 그 빛이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내 몇 년은 이미 이곳에 있지 않으리라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어떤 것도 제 기억을 집어삼키는 빛을 이길 수 없으니까


태양은 점점 붉고 거대해진다

저것이 늙고 지루한 붉은 거성이 된다면.


이 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라고 물었을 때

그것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라고 들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빛에 타 죽을 거야.

네 눈에 비친 작은 해가 바르르 떨린다 당장이라도 타버릴 것처럼

빛이 어둠을 살라버릴 것이다

돌아서도 이미 쏟아지는 환한 화살들


결국 우리는 빛에 타 죽을 거야.


희망이 절망으로 질러가는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제 눈물이 그대로 말라버린 소금인형처럼.

작가의 이전글 장미, 유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