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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Aug 08. 2022

회피스토커의러브레터


자고로 글자란 세상에 바짝 엎드렸을 때 나오는 법이라고,


나는 성질이 원체 비굴하지 못해서 '글' 이란 걸 쓰지 못한다.


읊는 것이 전부인 타자에게 사랑이 없는 것은 그 이유이고,


단순히 글자들의 해방을 야기하는 반란은


그저 몇 명의 뇌리에만 스쳐 지나갈 만큼 소심하다.


같은 맥락에서 사랑이란 존경에서 나오는 것이라


세상을 존경하지 않고서는 글이 나올  없다 나처럼


꽉 찬 생을 살고 있는 머릿속에서 나올 것은


투덜투덜 중얼중얼 잡소리와 투정뿐이 더 있으랴?


채워지고, 채워지고 싶은 건 한참을 비고


차마 채워지지 못할 것들은 초분마다 들어차는데


아 생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깨달음에도 세상에 굴복하지 못하는 것은 또 사랑 없는 나의 권모술수 덕


그래서 나는 글을 쓰지 못하는가 보다


그래서 나는 감히 글을 사랑할 수 없고


글에게 있어서는

세상을 엿보기만 하는,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잔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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