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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Aug 13. 2022

단순히 향수병이 온 사람

네게선 망고 냄새가 난다.

열대의 향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귤이 아니라 망고 냄새가 난다.

외롭게 돌아가고 있던 기계가 나에게 무슨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서 꺼내어 보았다.

꺼내놓고도 생각에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시선을 슬슬 내려보니

키보드 모퉁이에 하얀 자국이 조금 나있다.

처지가 비슷하구나.

너는 공장에서 벗어난 게 행운이었니?

나는 자주 섬나라에 갇혀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온갖 전자기기가 케이스를 입고 장신구를 다는 것처럼

나도 머리를 폈다.

미용사는 그것이 퍽 맘에 들었는지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엔 새로운 것들이 잔뜩 모여있지만

무색하게 지금의 난 그리운 것들이 많다.

지금의 넌 무슨 냄새를 상상하니?

플라스틱 냄새 사이로 소금의 짠내가 올라오는 것 같아서

너도 우는구나 싶었다.

우린 이 새벽에 무얼 하는 걸까

우린 독한 향수(香水)보다 더 지독한 향수(鄕愁)에 잠겨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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