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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Sep 21. 2022

14도씨의 일기

추위는 추위는 덥다

덥다기보단 따뜻하다

살갗에 소름이 돋으면 그때부터

기분 좋을 준비를 한다


어쩌면 음침하게도 죽도록 좋아하는 것이 물과 추위라

나는 예도 옛적에 말라죽은 풀이었나 보다,

더워 비틀어진 한가닥의 식물이었나 보다

생각하면서도

깨달음이나 애정 따위를 계속 갈구하는 꼴이

사실은 물 한 방울 메마르기 전까지

개미 한 마리 조차 잡아먹지 못했었나

그러나 말라죽은 것치곤

이번에야말로 살아보려는 의지가 너무나도 없는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나올 뿐이라지


모순적인 내 속의 상.

삶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욕심은 많은 비정상

끝내 애매한 욕구만 남아버린 나의 마음이

그나마 찬 바람 향 맡고 빈 결핍에 만족을 채운다

어느새 먼 자정을 훌쩍 넘어버린 공백이 무섭지만

저렇게 휘 불어오는 바람과 맛 간 혼잣말을 나누어 삼키는 어둑어둑한 나의 행복하고 서늘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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