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테드 로즈
평균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상업(15세기 무역 사업에 얽힌 썰이 있다)인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에 아주 뿌리 깊게 얽힌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평균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걱정한다. 정확히는 평균보다 미달 일지 모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전전긍긍한다.
30살 직장인 통장 잔액인데 잘 모은 건가요?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영어를 익히는 속도가 느린 것 같아요.
22살, 전공 바꾸기엔 너무 늦었죠?
입사 5년 차인데 제가 남들과 비교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등의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혹은 떠올려봤음직한 말들이다.
나 역시 30대가 되었는데도 결혼은커녕 내가 그린 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져 허덕이는 자신이 평균 이하의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럼 돌이켜보자. 여기 이 질문들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평균 이하’에 대한 수치는 대체 얼마인가? 그리고 그것은 누가 결정짓는가?
이 책의 주요 전제는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즉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
저자의 프롤로그로 스포일러를 좀 하겠다.
다시 말해, 평균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평균 이하의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으로부터 내가 읽어낸 결론이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회 전반에 분포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벨기에의 천문학자인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가 평균인의 개념을 전파하면서부터이다. 여기에 나오는 평균인은 좀 집착적이다.
케틀레는 평균적 인간의 숨겨진 얼굴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열정에 들떠 평균 키, 평균 체중, 평균 얼굴빛 등등 자료의 입수가 가능한 인간 특징에 대해 닥치는 대로 모조리 평균을 냈다. 평균 결혼 연령, 평균 사망 연령도 계산했다. 연간 평균 출산, 평균 빈곤 인구, 연간 평균 범죄 발생 건수, 평균 범죄 유형, 평균 교육 수준, 심지어 연간 평균 자살률까지도 계산했다.
- <평균의 종말> 중에서
이 정도라면 인류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대표가 될만한 평균 모델을 만들어 독차지하기 위해 광기를 부린 것은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이렇게 인간의 평균치를 닥치는 대로 측정하여 평균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케틀레는 평균인의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사람을 구분 지었다. 실은 그냥 구분 짓는 정도가 아니라 평균치를 벗어난 개인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평균치를 벗어난 개인을 오류로 치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케틀레가 착안해낸 이 평균적 인간이라는 개념은 바야흐로 평균의 시대 Age of Average를 열었다. 다시 말해 평균이 정상이 되고 개개인이 오류가 되며 과학이 정형화에 정당성을 각인시켜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 <평균의 종말> 중에서
그의 평균인 개념은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 시대와 짝짜꿍이 잘 맞았다. 어찌나 잘 맞았는지 평균인 개념은 바다를 건너고 육지를 지나 전 세계인 누구나 똑같은 걱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 세대에 걸쳐 부모들은 자녀가 평균 기준에 따라 성장하지 못할까 봐 초조해하게 됐고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이나 사회생활이나 경력이 평균에서 너무 크게 이탈할 때면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 <평균의 종말> 중에서
어라, 어디서 많이 본 걱정들이 아닌가. 15세기 벨기에의 어느 천문학자가 고안한 평균인의 개념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현대인들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저자 토드 로즈는 평균주의 사회가 ‘오류’로 치부하는 집단의 일원이었으나, 개개인의 재능과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유리벽을 부수고 날아오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평균주의의 허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균주의는 우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가 그러했듯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학교와 직장생활과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의 편협한 기대치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려고 기를 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 모두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쓴다.
- <평균의 종말> 중에서
책의 제목은 <평균의 종말>이지만 내용은 평균 주의의 역사에 가깝다. 음, 평균의 종말을 향한 평균주의의 여정이랄까? 케틀레에 의한 평균주의의 탄생, 그로부터 시작되어 많은 사회학자들을 거쳐 개개인을 오류로 분류해왔던 무구한 역사들. 그리고 그간 무시되었던 평균주의의 한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평균주의가 왜 더는 의미를 갖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며, 평균주의를 타파하고 개개인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실제로 많은 선진 기업들이 직원의 재능을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음에 놀라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이 ‘평균’이라는 허상에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다정했다. 인문학은 유독 냉철하고 차가운 느낌을 많이 주는데 어쩐지 평균의 종말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늘 평균 이하라는 말로 나 자신을 계속 괴롭혀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같은 이유로 자신을 미워했던 사람이라면 수치로 통계화된 이 책으로 좀 더 명료한 방식으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평균 이하의 인간이란 없다. 우리는 한시바삐 평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