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안락>

by 낮의 그늘


은모든 작가의 이름은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읽었던 에세이였나, 서평인가에서 누군가 그를 극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을 발견하자마자 숨을 잔뜩 불어넣은 풍선처럼 기대감이 커져버렸다.


나는 기대감에 부풀면 실망하게 될까 봐 되려 작품을 즐기지 못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그래서 속으로 ‘실망할 일 없게 하자’고 몇 번이나 생각하며 기대를 접으려고 해 봤지만 표지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안락>은 근미래에 인간이 자신의 죽을 날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의 단편소설이다. 자신의 ‘안락일’을 결정한 지혜의 할머니를 둘러싼 한 가족의 평범한 풍파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을 다루는 소설이라 그런지 꽤나 덤덤한 문체이다.



인간이 자신의 죽을 날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안락일을 내 손으로 결정하는 것. 그것은 특권인가. 아마도 그렇다. 그냥 죽음도 아니고 ‘안락’이라니 더욱 그렇다.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회복지사가 건네는 약을 먹고 잠들듯 조용히 떠나는 것조차 평온한 죽음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래, 죽음은 죽음 일 뿐. 남겨진 이들에게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떠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떠났다는 사실과 그의 빈자리가 요란할 뿐.





일전에 허무를 손에 쥔 채 건물 담벼락을 오르던 나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과연 진정으로 죽음을 바랐을까. 이제와 생각하면 정말이지 모르겠다. 그저 고통의 끝을 바랐는지도. 아니 어쩌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그저 주인공의 행복을 바랐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다.


<안락>은 짧은 소설이라 금세 읽어버렸는데 이후로도 죽음을 간청하던 나의 어리석음이 떠오를 때 마다 다시 읽었다. 붉은 해가 잠기는 저녁노을 같은 소설이다. 느리게 지는 석양과 함께 자신의 안락을 꿈꿔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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