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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Mar 17. 2021

12. 꿈인가 생시인가

캐나다 취업 성공기

 다행히 면접을 보던 중 쫓겨나진 않았다. 면접을 끝내고 회의실을 나오며 나는 긴 한숨을 쉬었다. 면접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이자, 망쳐버린 면접에 대한 아쉬움의 한숨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차에서 곯아떨어져 버렸다. 며칠 동안 몸도 마음도 고생을 한 탓에 한순간 긴장이 풀리며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꿈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면접을 보고 있었다. 잘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횡설수설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실제 면접도 꿈속 면접도 모두 악몽이었다.


  면접을 보느라 학교 수업을 빠졌기에, 내가 면접을 보고 온 것을 많은 친구들이 알게 되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면접이 어땠는지, 질문은 뭐였는지, 대답은 잘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나는 다시 그 당시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망쳤지만, 좋은 경험이었어"


면접에 대한 질문에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기로 했었지만 실제로 망치고 나니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추스리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첫 면접이었고, 이제 시작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다른 면접들을 준비해야 했다. 정말 싫었지만 그 첫 면접을 복기하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면접을 망친 이유는 사실 단순했다. 언어의 장벽을 깨지 못한 것이었다.


  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이니 내가 갑이다. 언어 수준이 좀 딸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성적을 좀 못 받을 뿐이다. 하지만 직장은 다르다. 내가 돈을 받으며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일해야 하니 내가 을이다. 고용주는 필요한 업무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뽑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더 볼 것 없이 아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나는 애써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의사소통에 자신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자신감은 바닥이었다.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도 위축이 되어 버벅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내가 회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말하며,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당당하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는 면접이 잘 될 턱이 없었다.


  면접을 복기하며 생각해보니 사실 그렇게 어려운 질문도 없었고,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 답변을 조금만 잘 응용하면 문제없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족한 언어 능력과 거기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상실이 면접 실패의 주된 원인이었다. 이 실패 원인을 극복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영어는 계속 꾸준히 노력을 하겠지만, 당장 빨리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문제 해결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키울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원인 분석을 시작했다.

"왜 나의 자신감이 떨어졌지?" "언어가 딸려서"

"언어가 딸리면 왜 자신감이 떨어지지?" "면접 중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될까 봐 두려워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뭘까?"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는 것"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설레기도 했지만, 모든 상황이 두려웠었다. 커피를 한잔 사 먹을 때도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내 주문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추가 옵션이 있어서 질문을 해오면 어떡하지?" "주문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하루, 이틀 매일매일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점점 영어실력이 나아진 것도 있겠지만, 그 익숙함이 두려움을 쫒아버린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면접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 방법,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주 면접을 보는 것이었다.


 이후 나는 기존에 정해 놓았던 분야 외에도 여러 가지 회사와 포지션에 닥치는 대로 지원을 했다. 입사 지원을 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줄줄이 계속 떨어진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다행히 장기간의 경력과 석사 졸업 예정이라는 학력, 그리고 눈높이를 낮춘 지원 덕분에 이후에도 여러 번의 면접 기회가 생겼다. 첫 면접과는 달리 이후로는 주로 전화로 사전 인터뷰를 하는 회사가 많았다.


  전화로만 하는 인터뷰가 실제 면접관을 만나 진행되는 면접보다 의사소통에는 어려운 점이 더 많았다. 바디랭귀지가 통하지 않으니 더 답답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도 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긴장도 덜되고 심리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대답할 때 미리 준비한 예상 답변 스크립트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면접 질문 중에는 우리말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많았고, 실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 경험이 있는 분야라고 해도 국내와 환경이 다르다 보니, 내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대답을 해도 면접관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한 번도 쉬운 면접이 없었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면접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고, 점점 더 편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


  두려움 없이 면접을 본다고 해서, 면접을 잘 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질문에 무리 없이 대답하고 무난하게 면접을 끝낸 것 같았지만, 뒤에 생각해보면 면접 분위기는 항상 "화기 애매"했던 것 같았다. 면접의 결과는 보통 몇 주 뒤에 통보가 되었다. 통보되는 결과는 대부분 비슷했다.

 

"우리의 조건에 더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어,
당신에게는 기회를 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 공채처럼 여러 명을 뽑는 것도 아니고, 경력직의 경우 비어있는 한자리를 채우기 위한 채용에서 내가 가장 적합한 지원자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느덧 Co-op 계획서 제출 마감 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계획서에는 본인이 일하게 될 회사와 주요 업무, 멘토링과 평가를 해줄 직원의 정보를 작성하게 되어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사에 성공했는지, Co-Op지원 세미나에는 몇 안 되는 학생들만 얼굴을 비추었다. 마지막 세션에서 교수님께서는 회사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교수님의 연구를 돕는 것으로 Co-Op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고, 이제 입사지원은 포기하고 연구조교 기회를 주실 수 있는 교수님을 찾아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입사를 하지 못해도 다른 방법으로 마지막 학기를 수료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잡는 Co-Op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내가 무능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통 와 있었다. 스팸전화도 많았던 터라 바로 다시 걸지 않고 인터넷에서 번호를 찾아보니 지원했던 회사 중 한 곳이 나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HR팀 누구라며 인사를 하며 한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나는 내 소개를 하고 전화를 못 받아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반갑게 나에게 다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그녀의 인사말은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었다. "지원서 검토하고 연락드렸는데요. 혹시 다음 주에 면접 가능하신가요?" 내가 경력직으로 지원한 한국 회사의 캐나다 법인에서 채용 면접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준 것이었다. 나는 면접 일정을 정하고 그 회사의 채용 공고와 제출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뽑아 다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 회사이고 채용담당자와도 우리말로 통화를 했으니, 면접도 우리말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나는 들떠있었다.


  그다음 주 다시 첫 면접 때와 같이 식구들 모두 토론토로 향했다. 첫 면접 이후 여러 번의 전화 및 화상 면접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는 없는 상황이었고, 두 번째로 얻은 실제 면접의 기회였다. 그동안의 면접 경험으로 맷집도 세져있었고, 한국 회사라 그런지 이전과 달리 큰 두려움은 없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회의실로 안내를 받고 잠시 후 면접관 세분이 들어오셨다. 두 분은 한국인이었고, 한 분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이 HR팀장이었고, 당연히 영어로 면접을 진행해 나갔다. 혹시나 우리말로 면접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기대가 무너져버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동안의 면접 경험을 통해 회복한 자신감을 장착하고 나는 질문에 대답을 해 나갔다. HR팀장이 물어보는 질문들은 일반적인 질문들로 내가 예상하고 준비했던 부분이 많았다.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마치고 나는 뜻밖의 칭찬을 받았다.


"Your English is good!".


  예상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 준비도 되어있었고,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 있게 대답하긴 했지만, 면접에서 이런 칭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나서는 HR팀장은 나에게 더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나의 질문은 끝났으니 나가보겠습니다. 나머지 업무 관련 질의응답은 나머지 분들과 편하게 진행하세요".


  HR팀장이 나가고 남은 두 분의 실무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우리말이었다. 나에게 우리말로 면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실무 관련 질문들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어느 면접 때 보다 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한국 면접관 앞이라 더 예의를 갖추느라 분위기는 더 진지했지만 편하게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면접 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했더니 후련한 기분까지 들었다. 면접을 본 후 이런 기분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부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면접이었다.


  면접의 결과를 기다리며 나는 교수님 연구 조교로 Co-Op을 대체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면접을 본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기대와는 달리 통보 내용은 이전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냥 그렇게 또 떨어졌나 보다 하고 체념하고 있는데, HR팀장이 새로 채용 중인 다른 포지션이 있는데 거기에 지원을 해보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면접 일정을 잡고, 같은 회사에 두 번째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두 번째 면접은 한결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두 번째 면접에서 HR팀장의 질문은 생략되었고, 바로 실무 관련 질문이 우리말로 진행되었다. 사실 두 번째로 면접의 포지션이 나의 경력과 더 관련이 있는 분야였기에, 실무 관련 질문도 좀 더 편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 두 번이나 면접의 기회를 줬다는 것은 분명 나를 좋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1등만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2등은 의미가 없었다. 2등은 100등과 똑같이 불합격이었다.


  면접 결과 통보 때마다 들었던 "조건에 가장 적합한 사람" 그 한 명만이 살아남는 것이었다. 나는 그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되어야만 했다. 이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나는 Co-Op의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될 상황이라는 생각에 더욱 절실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왔었다. 하지만 한국계 회사에서도 선택되지 않는다면, 능력까지 없는 지원자인 것이었다. 두 번째 면접 후에 결과 통보를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만 계속 흐르고 두 번째 학기의 마지막 수업시간이 다가왔다. 한 학기 동안의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의 발표를 끝내고 자리에 들어와 앉을 때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익숙한 번호였다. 두 번이나 나에게 면접의 기회를 알려줬던 그 번호였다. 나는 급히 강의실을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면접 본 회사의 HR팀장이었다. 그녀의 첫인사에 나는 숨이 멎는 줄만 알았다.


  "Congratulations" 축하인사 뒤에 앞으로 입사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Do you mean I can join you?"


  그녀의 말을 자르고 나는 다시 물어봤다. 몇 번이고 확답을 받고 싶었다. 입사 절차에 대한 설명은 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며 전화를 끊었다.

정말 꿈만 같았다. 캐나다에서 취업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것도 Co-Op 임시직이 아닌 정규 경력직이었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 정착을 위한 관문 중 하나를 어렵게 통과할 수 있었다.



간추린!

캐나다 취업 면접 TIP


- 실제 면접 전에 사전 전화 인터뷰를 하는 곳이 많다. 사전 전화 인터뷰도 약속을 정하고 그 시간에 진행된다.

- 사전 전화 인터뷰 시 핸즈프리 이어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스크립트 준비를 준비한다.

- 인사담당자의 일반적인 질문은 어느 정도 예상과 대답 준비가 가능하다.

- 미리 준비한 대답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최대한 길게 대답해서 좋은 인상을 준다.

- 현지인이 아닐 경우 인사담당자의 질문에 현재 체류 비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캐나다에서 일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영주권도 회사의 도움 없이 취득할 수 있는 것을 어필할 수 있으면 좋다.

- 한국에서의 실무 경험도 좋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내용을 위주로 대답한다.

- 면접 결과에 대한 발표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고 다소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일 경우라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닐 경우 한국에서의 경력이 있다고 해도 현지의 경력이 아니면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 관련 직종의 국제 자격증을 채용 조건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자격증은 취득 후에 만료되지 않고 계속 갱신되고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 자신이 없어 자신의 경력보다 낮은 포지션으로 지원하는 경우, 관련된 질문을 받을 수 있고,

  구인 조건에 비해 너무 높은 스펙도 채용 시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Photo by Razvan Chis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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