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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Mar 08. 2021

11. 정말 언감생심 일까?

캐나다 유학생 취업 준비

  석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는 Co-Op이었다. Co-Op이란 졸업반 학생들이 기업에서 직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마지막 학기에 학교에 가지 않고 회사로 출근해서 일하고, 정기적으로 회사생활에 대한 리포트를 학교에 제출하고 마지막에는 회사 멘토로부터 평가도 받게 된다. 일종의 인턴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나는 Co-Op 과정을 통해서 캐나다의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경력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석사과정에 지원할 때 Co-Op이 포함된 과정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Co-Op을 할 기회는 학교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Co-Op의 기회를 얻기 위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해줄 뿐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나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물론 캐나다에 정착을 하려면 직장을 구해야겠지만, 그건 좀 더 준비한 후에 도전할 미래의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코앞에 닥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에 비해 업무경력이 많으니 유리할 수도 있어.", "여기서는 나이를 많이 따지지 않으니 나이가 많아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거야.", "내 전문 분야에 관련된 자격증도 있으니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


  학교에서 제공하는 취업 관련 세미나와 모의 면접 등에 참석하며 본격적으로 구직 준비에 돌입했다. 학교 취업지원 게시판과 각종 구인 사이트에 나의 전공과 경력 관련 키워드로 일자리를 검색하고 나에게 적합한 자리가 있는지 찾아보는 날이 이어졌다. Co-Op 과정 학기가 끝나면 바로 졸업이었기에 Co-Op 뿐만 아니라 정규직(Permanent job)에도 지원할 수도 있었고 나는 내 분야의 경력직을 뽑는 자리에도 지원을 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자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급여도 기대 이상으로 주는 회사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설렘을 안고 더욱 열심히 구직 활동에 매진했다.


  구직 활동에서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이력서. 한국에서 입사지원을 할 때는 회사 자체 입사지원 사이트의 지원서 형식의 공란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던 터라, 사실 빈종이에 이력서를 작성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형식부터 내용까지 모두 내가 정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종이에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학교 세미나에서 들었던 내용과 자료를 참고하고 인터넷에서 잘 작성된 이력서를 참고하여 나의 첫 영문이력서를 작성하였다.


  이력서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Cover letter.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서류로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력서와 함께 요구하고 있었다. 지원동기나 포부, 업무와 관련된 본인의 장점, 경험, 스킬 등 이력서에는 넣기 어려운 내용을 Cover letter에 작성하여 고용주에게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력서 작성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Cover letter까지 작성한 후 학교 취업지원 교수님에게 검토를 받고 수정, 보완까지 마쳤다. 여러 회사와 포지션에 맞추어 이력서와 Cover letter를 일부 수정하여 여러 버전의 지원 서류를 작성하고 본격적으로 입사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몇 군데에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한 후에도 계속 업데이트되는 구인 광고는 눈여겨보면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예상 질문을 뽑아 모범 답안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열심히 외웠다. 면접에서 즉흥적이고 순발력 있는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가능한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여러 질문에 공통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전략적인 답변도 만들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의 면접에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면접이 시작되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마치고는 긴장한 탓인지 첫 질문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면접 보시는 교수님께 다시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긴장은 점점 더 커지고 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났다. 나는 그냥 일어나 그 방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면접관 교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는데 나는 횡설수설하거나, 외웠던 문장으로 모든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모의 면접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내 면접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셨다. 너무 긴장한 것 같다며,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자신감 있게 하면 훨씬 나아질 거라고 하셨다. 아마도 내가 동문서답하거나 횡설수설한 탓에 나의 답변은 제대로 이해를 못하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쪽팔림을 무릅쓰고 단도직입적으로 교수님께 물어봤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제가 정말 면접을 잘 보고,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의 면접을 통해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이 상태에서는 어떤 회사에서도 나를 뽑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에서 터져 나온 질문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영어가 나의 모국어가 아니므로, 원어민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인은 나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알고 싶은 정보를 얻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도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하셨다. 높은 언어 수준을 요구하는 직종에서는 원어민이 아닌 것이 불리하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스킬을 잘 어필하면 그 부분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충분히 고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를 해주셨다. 나는 교수님의 말씀이 고마웠지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


아마도 이런 것이 교수님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감생심(心) : 네 주제에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뜻


  모의면접 이후 자신감은 바닥이었지만, 구직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스킬을 요구하는 자리를 찾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구인광고를 검색했고 대부분의 관련 직종에 지원을 했다. 학교 게시판에는 대체로 Co-Op이나 인턴 채용 공고가 많았다. 대부분 급여가 낮거나 한 푼도 주지 않고 업무를 경험할 기회만 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급여는 상관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캐나다 현지의 경력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른 채용 광고 사이트에서는 내 분야의 경력직을 많이 찾아 지원했다. 경력직 포지션은 높은 연봉을 제시한 곳도 많았다. 나는 원어민도 아니고 현지 경력도 없는 탓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10년 이상의 나의 경력에 맞는 시니어 포지션에는 선뜻 지원할 수가 없었다. 조금 낮추어 5년 경력을 요구하는 매니저 직종을 위주로 지원했고, 신입 포지션에도 지원서를 많이 보냈다. 한국 같으면 40대에 신입 포지션에 지원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겠지만, 나이 제한도 없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당당하게 지원을 했다.


  같은 과 학생들의 입사 성공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할 때 즈음, 나도 지원한 회사 한 군데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서류 심사에 통과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기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최종 합격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이력서가 캐나다에서 좋게 평가되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것도 이름만 대면 대부분이 알만한 4대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Big 4) 중 하나였다.

면접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면접 준비를 했다. 하지만 D-Day가 다가올수록 걱정과 긴장이 커졌다, 면접을 하는 생각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우리말로 해도 떨리는 입사 면접을 영어로 봐야 하니 그럴 만도 한 일이었다.


면접 보는 회사에 도착해 건물 화장실에서...


  회사가 위치한 토론토 다운타운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렸다. 면접 당일 선잠을 자고 일어나 새벽부터 부산하게 이것저것 준비하고 가족 모두 같이 면접 길에 나섰다. 와이프가 운전을 하는 동안 나는 차 뒷자리에서 준비한 스크립트를 보며 다시 한번 예상 답변을 되뇌었다. 수없이 외운 스크립트인 데다가 차에서 계속 보고 있자니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심 외곽의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참을 그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며 긍정적인 생각이 샘 쏟았다.

"그래, 최종 합격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라 할지라도 캐나다에서 대기업 면접을 본 것만으로도 나에겐 소중한 경험이 되겠지. 좋은 결과가 덤으로 주어진다면 더 좋겠지만 결과가 나쁘더라도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거야." 

"떨어진다 해도 이 면접을 준비하며 내가 얻은 성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마지막까지 과정에 충실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만 생각하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토론토 다운타운에 도착하였다. 큰 회사들이 위치한 거리의 모습은 정말 화려하고 멋있었다. 이런 곳으로 출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면접을 볼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늦지 않으려고 일찍 출발한 덕분에 면접시간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건물 화장실에서 스크립트를 다시 꺼내 마지막으로 예상 답변을 연습하고, 용모를 체크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면접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방문객 등록을 하고 담당자를 기다렸다. 담당자가 내려와 나를 회의실로 안내했고, 잠시 후 면접관들이 들어왔다.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면접관들은 각자 자신의 소개를 했다. 면접관들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나는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기 전에 나의 소개를 시작했다. 자기소개를 할 기회도 없이 어려운 질문을 먼저 받게 될까 두려워서 생각해둔 나의 전략이었다.


  열심히 외운 덕분에 자기소개는 준비한 스크립트 그대로 유창하게 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면접의 첫 테이프를 끊고 나니 긴장이 좀 누그러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후로 이어진 면접관들의 질문들은 내가 준비한 것들과는 달랐고,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질문을 하나씩 받을 때마다 나는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그나마 준비한 답변들을 응용해서 답변을 이어나갔다. 다시 모의 면접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기분이었고, 당장이라도 면접관이 나에게 이렇게 소리칠 것 같았다. 


"Get the hell out of here!"



간추린!

캐나다 취업준비 팁


- Co-Op이 학교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졸업 전에 회사에서 직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입사의 기회는 학교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힘으로 구해야 한다. 

- 학교에서 제공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 구인광고 검색,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등과 관련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미리 작성한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예상 질문 답변은 교수님, 원어민 친구들에게 검수받아 어색한 표현을 교정한다. 전화 또는 화상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면 강사들에게 점검받을 수도 있다.

- 다양한 취업 관련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구인광고를 찾는다. 캐나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로는 Linkedin(ca.linkedin.com), Indeed(ca.indeed.com), Job bank(www.jobbank.gc.ca), Workopolis(www.workopolis.com), Monster(www.monster.ca) 등이 있다.

- 관심 있는 회사가 있다면, 회사 웹사이트의 "Career" 메뉴로 들어가서 현재 진행 중인 채용 현황을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다. 가끔 구인 전문 웹사이트에 찾은 내용도 최신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을 수 있으니 해당 회사 웹사이트에서 최종 확인하는 것이 좋다.

- 기업에서 특정 학교나 학과에만 구인광고를 내는 경우, 학교 취업 관련 게시판에서 남들은 모르는 지원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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