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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Mar 11. 2019

Prologue

진정한 나를 찾아, 다시 20대로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던 나는 언젠가부터 일탈을 꿈꾸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특별할 것 없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막연히 그 꿈이 실현될 것이라 믿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극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나는 막연히 그 꿈을 믿었다.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믿음은 나를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처방이었다. 가끔은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빨리 정신 차리고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마음먹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부끄럽지만 않다면, 가슴이 뛰는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을 돌아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 같았다.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많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어야 할 10대에 나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머릿속 맴돌던 고민들은 모두 그저 사춘기의 부작용으로 치부했다. 무한한 가능성은 무시한 채, 좋은 대학, 인기 학과를 위한 레이싱 속에서 관심 없던 것들을 머리에 넣으며 달리기에 바빴다. 많은 경험을 쌓으며 도전과 실패로 장식했어야 할 20대는 그저 돈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조직에 소속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추는 데에 소모해버렸다. 나의 길을 찾아 열정을 다하고, 주도적으로 인생의 마일스톤을 하나씩 세우기 시작했어야 할 30대에 와서는 인생의 올바른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면 나는 종종 내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그 상황에서도 지금처럼 살고 싶을까? 그때 선택하게 될 길로 가야 되지 않을까?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라고,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고. 맞는 말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 수도 없고, 모두 다 그렇게 살아서도 안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진정 원하는 것을 찾으며 살고 싶었다.


  내 인생에 진짜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앞서가고 있는 길을 열심히 뛰어갔고, 그 목적지에 다다르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다. 목적지가 나올 것 같지도, 그 목적지에서 행복할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길을 잃었고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헤매고 있었고 뭔가 잘 못 흘러가고 있는 내 인생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는 나의 길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캐나다 유학과 이민을 선택했다. 캐나다 유학과 이민 자체가 나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는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길을 걸으며 다시 시작해보기로 했다. 공상과학영화에서 주인공이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가듯, 나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 20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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