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 없이 사랑만 할 수 있을까

by 소서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라는,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가사를 접할 때마다 유토피아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이상적인 상태처럼 느껴져서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미움 없이 사랑만 할 수 있을까?


심수봉 (Shim Soo Bong) – 백만송이 장미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_Immortal Songs 2] _ KBS 250215 방송 1-22 screenshot.png


혐오와 갈등이 일상의 언어가 된 지금 우리는 너무 쉽게 미워하고, 또 너무 자주 상처받는다. 그런 현실 앞에서 ‘미움 없는 사랑’은 실천 가능한 태도라기보다,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처럼 보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랑'하기 위해 오히려 '미움'이라는 감정을 곱씹고 있다. 어쩌면 사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야말로 미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다. 사랑만 존재한다면 그것이 정말 사랑인지조차 알기 어려울 테니까. 밝음이 어둠을 통해 더 선명해지듯, 사랑 역시 미움이라는 대비 속에서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심수봉 (Shim Soo Bong) – 백만송이 장미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_Immortal Songs 2] _ KBS 250215 방송 1-28 screenshot.png


이 지점에서 요즘 대중문화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최근의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은 좀처럼 ‘완전히 착한 사람’도, ‘완전히 나쁜 사람’도 아니다. 누군가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주면서도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쩐지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 모순적인 장면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묘한 동질감까지 느끼게 되고 만다.


그렇게 보면 미움과 사랑은 결코 반대편에 서 있지 않다. 누군가를 열렬히 미워하는 마음은 그만큼 깊이 사랑하고 싶다는 호소일지도, 혹은 이미 사랑하고 있기에 가능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을 때보다 미움이라도 남아 있는 쪽이, 아직 관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