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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Aug 29. 2024

사랑의 주파수

그 이면에는 언제나 사랑이 존재한다. 


서울 도심의 한 작은 아파트, 민지는 마지막 나사를 조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작업실 벽면에는 복잡한 설계도와 수식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밤새 마시다 식어버린 커피 잔들이 늘어서 있었다.


"드디어 완성이야," 민지는 손에 든 안경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2년간 온 열정을 쏟아부어 만든 '감정 주파수 탐지기'였다. 이 특별한 안경은 사람들의 내면을 시각화할 수 있게 해주는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민지는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썼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곧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첫 실험을 해봐야겠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마침 옆집 김 할아버지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민지가 공손히 인사했다.


"오, 민지 양. 아침부터 열심히 공부하나?" 김 할아버지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순간, 민지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할아버지의 머리 위로 붉은색 구름이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구름은 때때로 짙어졌다가 옅어지기를 반복했다.


"걱정이시군요, 할아버지," 민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김 할아버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떻게 알았나? 그래, 요즘 아들 놈이 실직해서 걱정이 많아. 할아버지가 도와주고 싶어도 연금으로는..."


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녀의 발명품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다음 날, 민지는 용기를 내어 지하철에 탔다. 평소라면 사람들로 가득 찬 객차가 부담스러웠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녀의 눈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차가운 표정의 사람들 사이로 각양각색의 감정 구름이 떠다녔다. 회색빛 걱정 구름, 파란 불안의 물결, 시뻘건 분노의 불꽃들... 민지는 이 모든 감정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민지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한 젊은 남자의 머리 위로 분홍빛 구름이 둥실 떠 있었다. 그의 눈은 휴

대폰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분명 다른 곳에 있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민지는 살짝 몸을 기울여 남자의 휴대폰 화면을 엿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임신 초기 증상'에 대해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그제야 민지는 남자 옆에 앉은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의 머리 위로도 똑같은 분홍빛 구름이 떠 있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짝 얽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가 조용히 속삭였다. "괜찮아? 어지럽진 않아?"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응, 걱정 마. 그냥 조금 긴장돼서 그래."


민지는 그 순간 깨달았다. 겉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은 때로는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불안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한 달 후, 민지는 망설임 끝에 자신의 발명품을 파기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그녀는 특별한 안경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사랑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민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녀는 이제 걱정 대신 사랑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있구나," 민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단지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이야."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영감을 얻고, 클로드를 활용해 쓴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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