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하얀 눈송이가 춤을 추며 떨어졌다. 다빈은 두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창가에 붙어 서 있었다.
“눈사람 만들어야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은아가 목도리를 꽁꽁 감고 다빈을 향해 손짓했다.
“밖에 나가자, 다빈아! 눈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아냐, 은아. 우리 도서관 가야 해! 최 할아버지께 줄 크리스마스 카드 아직 못 줬잖아.”
다빈은 작은 가방에 노트와 색연필을 챙기며 활짝 웃었다. 눈사람도 좋지만, 도서관에는 늘 신기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꽁꽁 언 연못을 지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연못 위에서는 이미 지후가 스케이트를 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도 타게 해줘!” 은아가 외치자, 지후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안 돼! 내 스케이트는 특별한 거라구!”
“거짓말.”
다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서관 문을 열었다. 따뜻한 공기와 함께 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구나, 얘들아. 오늘은 아주 특별한 책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단다.”
최 할아버지는 서가 뒤편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왔다. 표지에는 희미한 금빛 글씨로 ‘루루의 비밀’이라고 적혀 있었다.
“루루? 그게 뭐예요?” 은아가 물었다.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전설을 담고 있지. 눈의 마법과 얼음의 비밀을 지키는 이야기란다.”
다빈은 책을 펼쳐보았다. 첫 장을 열자 먼지가 후드득 떨어지더니, 책 사이에서 작은 상자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뭐지?”
다빈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눈꽃 모양이 새겨진 은빛 열쇠가 들어 있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지후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빈이 얼른 열쇠를 잡았다.
그때, 최 할아버지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 열쇠는 그냥 장식이 아니야.”
“그럼 뭔데요?”
할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열쇠는 전설에 나오는 문을 열 수 있다고 해. 그 문은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다고 하지.”
은아는 덜덜 떨며 물었다.
“그런 게 정말 있긴 해요?”
“믿거나 말거나야. 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이 열쇠를 잘못 사용하면 균형이 깨져 위험한 일이 생긴다고 했지.”
순간, 다빈의 손에 있던 열쇠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이거 왜 이래?” 다빈은 당황해 열쇠를 흔들었지만, 빛은 점점 더 강해졌다.
“다빈아, 놔둬! 무서워!” 은아가 외쳤다.
하지만 다빈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때, 창밖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지후가 창가로 다가갔다. 눈 덮인 연못 쪽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 마치 누군가 눈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귀신 아냐?” 은아는 겁에 질려 다빈의 팔을 붙잡았다.
“바보야, 귀신이 아니라 사람일 거야.”
다빈은 열쇠를 꼭 쥐고 창문을 열었다. 그 순간, 차가운 바람과 함께 그림자가 사라졌다.
“이거… 그냥 장난치는 거 아니지?” 지후가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다빈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우리 이 열쇠를 조사해야 해.”
최 할아버지는 다빈의 결심을 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열쇠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는 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시작된 이상 멈출 수 없을 거다.”
다빈과 친구들은 도서관을 나와 연못으로 향했다. 열쇠가 가리키는 방향이 그곳이었다.
발자국이 이어져 있는 얼어붙은 연못 한가운데서, 다빈은 신비한 문양을 발견했다.
“이건… 마법의 문?”
갑자기 열쇠가 더욱 밝게 빛나며 연못 위 얼음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다빈아! 위험해!” 은아가 외쳤지만, 다빈은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