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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Nov 29. 2021

태어나서 행복하세요?

누군가 물어본 적은 없지만 태어나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아니오.

저는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태어나서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을지언정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는 해도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미안하지만 없다.


태어나서 살아있음에 감사하라고 하지만 결국 낳음 당한 인생, 감사하라고 배운 인생이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낳은 사람 입장에서 하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낳을 사람들.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가정은 내게 불필요하다. 더 이상의 삶은 필요 없기에.

나에게는 지금의 삶도 벅차다. 내 몫의 목숨만으로도 충분히 무겁다. 때때로 삶이 버겁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기대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

가능하면 보다 더 즐겁게 덜 아프게 살고자 노력할 뿐. 모두의 삶이 안온했으면 하고 바랄 뿐.


태어나서 행복하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살아있어서 행복하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해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오늘의 하늘이라든가, 삶의 빛나는 순간들에 행복하다.


태어나서 행복하진 않지만 살아있어서 겪는 것들은 값지고 귀하다.

모든 경험들이 그럴 수는 없지만 빛나는 순간들은 존재한다.


언젠가는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가 올까? 그때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태어나서 행복하진 않지만 살아있어서 행복하다. 그렇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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