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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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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an 28. 2022

Happy End

절망은 어떤 순간으로부터 온다. 

누군가의 전언, 어떤 깨달음, 끝에 대한 생각. 

뙤약볕이 내리는 한여름 짧아진 그림자를 보며 짙어진 어둠을 확인한다. 

아스팔트 위로 아롱거리는 연기들을 보며 바닥으로 한없이 타버리고 싶어 진다.


봄은 그 어느 때보다 생의 환희와 죽음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목련은 어느새 목을 떨어트리고 바닥으로 떨어져 썩어간다. 

푸릇해지는 초목들과 따뜻해져 가는 온도는 마음의 부패를 가속한다. 

살랑이는 바람 속에 겨울의 죽음이 가득하다.


가을은 식물이 타오르는 계절. 

석양에 맞춰 노을빛으로 물드는 세상과 더없이 추락하는 낙과의 시간. 

지혜를 얻은 순간처럼 부끄러워지는 독서의 계절. 

손에 베는 아린 상처의 기억과 무수히 떨어지며 바닥에 나뒹굴던 찢긴 책들이 생각나는. 

15층 층계참의 높이.


겨울은 푹푹 파이는 흰 눈이 쌓이는 때. 

바람이 불면 뼛속까지 스미는 차가움을 안으며 묵묵히 걸어가는 시간들. 

연기와 하얀 뼛가루가 된 당신이 생각나는. 눈물조차 나지 않던 침묵의 계절.


https://youtu.be/IF6wn1h22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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