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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Aug 29. 2020

홍수와 나비-폴폴 그 여린 날개의 가벼움으로

                


                               

                                   시와 현실 7 / 가슴으로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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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水와 나비-기청



지난 봄 하얀 꽃구름

개망초꽃 일렁이는 가벼움으로

폴폴 날던 그 흰 나비 무사할까?

긴긴 장마 폭우에

  

맑은 물 돌돌

사철 푸른 섬진강 화개장터,

성난 홍수에 우짜노

목까지 차오른 절망

울컥 솟구치는 눈물 우짜노


꿈인 듯 생시인 듯

거친 짐승의 울부짖음 속으로

밀어붙이는 힘, 다 쓸어간다 해도

순박한 마음씨까지야


이를테면 그렇게 밀어붙이는

머릿수의, 광란의 위력으로

민주 법치(法治)의 둑 허물어버리 듯

갈아엎고 뒤엎는 야만의 술수(術數)

그렇게 휩쓸려가지만

그렇게 이긴 듯하지만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한갓 허구(虛構)의 덫이리니

똑똑히 보라는 듯

폭우가 내리는 날 나비는

범람하는 분노의, 강을 거슬러

오염되지 않은 순수, 원류(原流)를 향해


폴폴 그 여린 날개의 가벼움으로

그 열락(悅樂)에 찬 순교의

자유의지 그

영혼의 솟구침으로.




주) 우짜노; 어이없는 일을 당했을 때 내뱉는 혼잣말 (경상도 방언)

*출전/ 미발표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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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窓과 倉 ///////////////////////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거꾸로 가는 민주 법치의 시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게 볼만하다. 혼란스럽다. 오랜 ‘코로나 시달림‘으로

사람들이 무기력해졌다. 게다가 긴긴 장마(이를 ‘이상기후‘라 부른다)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밀고 올라와 정신 차릴 겨를이 없다.

그보다 더 야하고(야만적) 참을 수 없는 것은 정신 나간 정치판의 저질 개그를

바라보는 일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게시판에 ‘시무7조 상소문‘ 이란 게 올라왔겠나.

그걸 찔리는 데가 있던지 슬그머니 비공개로 숨겼다가 여론이 빗발치자 다시 공개로 전환했다는데--. <이 나라가 폐하의 것이 아니듯, 헌법은 폐하의 것이 아니옵니다---> 절규에 가깝다. 민심이 그런데도 아는지 모른지는 고사하고. 한 술 더 뜨는

‘문통‘의 행적은 가히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 볼턴 회고록에서 사용한 "정신 분열적(schizophrenic)"이란 용어의 의미가 실감나는 것이다.

 

▶지금 이 땅의 민주, 법치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이번 검찰간부 인사에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데--, 정권의 방패막이는 승진 영전되고, 반대편은 좌천되어 윤총장의 입지가 더욱 고립되었다고. 이미 손발은 잘려나고 이번에 눈과 귀 입마저

도려내어 좌천시켰다고 한다. 이로써 이른바 검찰개혁의 완결판을 보여주는가?

헌법상 수사 지휘권자를 꽁꽁 묶어 산송장으로 만들어 괘심죄(?)의 표본으로, 역사 박물관 전시용으로 만들 셈인가? 아니면 죽어도 죽지 않는 생불(生佛)을 만들어 역사의 증인으로 남겨둘 것인가?

이 모든 믿기지 않는 현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비몽사몽(非夢似夢)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라는 환각을 경험한다. 그것도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의 선서를 한 장본인에 의해, 그가 끌어들인 운동권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음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의 끝을 보여주는 듯하다.


▶<홍수와 나비>는 절제를 잃은 절대의 힘과 순수의 초월적 힘과의 대비를 그렸다.

홍수와 같은 재난이든 머릿수를 앞세운 권력의 힘이든, 불가항력적이다. 이성과 타협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쏠려갈 뿐이다.

그 부정의 힘은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 폐허가 되어버린 꿈의 허상이나 파시스트의 몽상은 우리가 혹은 역사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거대한 분노의 홍수는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지만 그 순박한 마음씨까지 쓸어가지는

못한다. 머릿수의 야만적 폭력은 나라의 대들보까지 허물어내지만, 그들이 원하는 색깔로 마구잡이 페인트칠을 하지만, 애초에 물감이 소용없는 연꽃잎처럼,

연꽃잎의 물방울 같은 민초들의 민심을 물들일 수는 없다.

우리는 아직 믿는다. 순수와 자유의, 가벼운 영혼의 힘을 솟구쳐 오르는

흰나비의 부드러운 감성을.


<편집수정하여 다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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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기청氣靑, 시인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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