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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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 우리네 삶은 강하고 질긴 것이다.
무겁고 불편한 것들이 짓밟고 지나가도 거친 비바람이 휩쓸어가도
풀잎은 잠시 엎드렸다가 훌훌 먼지를 틀고 일어나듯,
모든 힘 있는 강력한 것들은 상처를 남기지만 어차피 지나가는 것이다.
우주의 섭리다.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의 법칙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잠시 강력한 부정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지만
결코 세상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권력의 힘은 유한하고 무상한 것이다. 위정자들은 잠시 위임받은 권력을
마치 영원한 자신들의 것으로 착각한다. 떼를 지어 하이에나처럼 몰려든다.
먹잇감을 고르고 떼로 공격하면서 정복자의 쾌감을 누린다.
정치판의 생리는 야생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잠시 그것도 지나간다. 시간은 응분의 댓가를 치르고 징벌 한다.
정직과 겸손, 자유와 평등 화해의 정신만이 파멸에서 구해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자연재해도 극성이다. 긴긴 장마, 태풍 코로나로
지치고 많이도 눈물을 짜내었다. 그런 슬픔과 폐허 뒤에도 작은 희망은
격려를 잊지 않는다.
가을, 그 이름만으로도 위안이다. 한 숨 돌리고 한걸음 여유를 가진다.
연이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숨 돌릴 틈도 없이 우리 착한 농부의 들판을 강타한다.
바비의 위력으로 ‘쓰러진 수숫대가 채 고개를/ 들기도 전에’ 마이삭이
‘메뚜기 갉아먹을 벼이삭’이나 ‘농부의 애잔한 서러움’까지 몰아친다
‘작은 목숨 하나도 흔들지 못하는’ 농부의 안타까움은 동병상련의 곤충 메뚜기에
대한 연민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시련 뒤에는 값진 위안이 주어진다 정직한 땀의 보상이다.
어떤 물리적인 것도 뛰어넘는 ‘눈물도 빛나는 금빛’의 영롱한 보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