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르바나 Dec 16. 2020

길 잃은 가을 벚꽃외 계간시원 20 겨울호

신작 초대 시

계간 시원 (2020 겨울호)

 

초대특집; 고창수 기청 김종 윤석산 최광호 최금녀

--------------------------------------------------------


기청 시인/ 신작 2편



가을 벚꽃



길 잃은 가을 벚꽃

알츠하이머에 걸렸나

뻐꾸기 울음 울던 그 질펀한 봄날

태생부터 서러운 종족(宗族)


봄날 아지랑이 따라간 처녀아이

이 가을 늙은 벚꽃가지

환영(幻影)이듯 때 아닌 벚꽃으로 피어

화계장터에서 쌍계사 십리 벚꽃 길

연등(燃燈) 환하게 밝혀들고


단풍 곱게 물들어가는 황혼 무렵

실성한 처녀아이 서러워

하얀 눈물

하얀 울음

철 잊은 꽃바람으로 토해내듯


진실의 목을 누르고

위선(僞善)의 칼바람 낭자한 세상

태생부터 서러운 종족의 백성

또 한 번

왁자한 함성으로 일어나서


벚꽃으로 터지는 대지의 반란

보라, 온 몸 불사르는 증언

불사(不死)의 넋이여.



귀향(歸鄕)



나 이제 돌아가리

잊고 온 고향

바람도 꽃도 오지 않는

천년 억겁의 시간도 잠재울

깊고 푸른 적멸(寂滅)


소나기의 열정에서 별리別離의 낙엽까지

만개한 꽃가지에서 내밀內密한 뿌리까지

그대 보는가 꽃송이 속 까만 눈(眼)

혹한의 눈 속 웅크린 생명의 불

끝없는 윤회(輪回)의 사슬 벗고


태산준령도 건너뛰어

백옥녹수도 단숨에 날아

거친 욕망의 바다

거친 파도 잠재우고

비상 비비상천(非想 非非想天) 그물 벗어나


아, 그리운 고향

대 자유의

고향으로 가리.



---------------------------------


[시인과 문예통신] 餘滴



▶계간문예 20. 겨울호(김송배 주간, 강명숙 편집국장)가 혹독한 초겨울 한파를 뚫고 나왔다.

또 하나의 기적이랄 수 있다. 시시각각,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팬데믹 현실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는 일은 얼마나 지난하고 숭고한 일인가?

이번 겨울호에는 정순영 시인의 권두시 <갈대 울음>과 고창수 기청 김종 윤석산 최광호 최금녀 원로중견시인 8인의 신작시가 눈길을 끈다.

신작 특집으로 강상률 경현수 김나연 등 시인의 신작과 계간시평으로 이동희의 ‘짧은 시 긴 여운’이, ‘시원의 화제집중‘에는 조의홍 김현기 방지원 이셔연 임선영의 다양한 글이 소개되었다.

‘시세계 해설’에는 김송배 시인의 서평이 소개되었다. 그 외 ‘시집 속의 시 읽기 공유’와 ‘시원통신‘이 소식을 전한다.

 

▶지구가 몸살을 앓다 못해 거대한 침묵의 ‘교체기’에 접어들었다. 아무것도 예감하지 못하는 이 땅의 사람들은 거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이편 저편으로 갈라서서 사생결단의 야만적 먹이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정치 집단의 막가파식 권력다툼은 目不忍見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권력의 아바타에 불과한 한 완장녀의 '야바위 놀음'은 시정잡배를 연상케 한다.

얼마 전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말끝마다 ‘소설 쓰시네’하고 중얼거리다가

소설가협회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는 반대파 숙청의 절정에 이르자 항일 저항시인 이육사의 시 <絶頂>을 감히 입에 올리며 육사의 우국충정을 욕되게 하고 있다.

민주 법치의 도도한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역사에 흙탕물을 튀긴 장본인이 의인 행세를 하는 꼴 아닌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異物을 참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이 땅의 시인들이여,

만신창이가 된 오늘의 참극을 못 본 채 뒷짐 지고 그냥 지나갈 것인가?

(氣淸 글)






매거진의 이전글 광란의 질주(疾走)-제1의 아해가 눈을 감은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