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마음하나 걸어두자-정순영
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시린 손으로 가슴을 부비는 사람들을 위해
착한 마음 하나
고샅길 돌담에 걸어두자.
삶을 여민 옷깃 속에서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을 위하여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깊고 처절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마음 하나 걸어 두자.
아침의 맑고 진정한 작은 마음의 기도를
응답하는 이가 들으리니
오늘 하루 사립 밖 움츠린 거리에
간절한 마음의 작은 촛불 하나 걸어두자.
어느 착한 마음의 가녀린 기도가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리니
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착한 마음 하나씩 가슴에 걸어두자.
▶출전; <국민일보> 2017, 12, 30일자, <송년시>
정순영 시인/ 전 대학총장, 현 계간 <시원>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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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겨울의 온도가 다르다 누군가는 겨울 속의
여름으로 사는 이도 있다 누군가는 이 겨울을 더욱 차디찬
극한의 북극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빈부의 차이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의 온도이다
마음이 따뜻하면 북극도 훈훈한 봄바람으로 녹일 수 있다,
이 혹한의 겨울을 따뜻하게 녹이는 시 한편, 정순영 시인의
<착한 마음 하나 걸어두자>가 그것이다
‘시린 손‘은 나보다 더 ’외롭거나 괴롭거나 가난한‘ 자이다
그를 위해 기꺼이 보내는 자애의 기도다 그 간절함은
‘걸어두는‘의 대상이 ‘착한 마음’에서 ‘작은 촛불’로 변환되면서
더욱 승화된다 그 기도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우리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봄바람이 되는 것이다.
(글 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