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처럼
시월은 온다 그날처럼. 시월은 죽지 않는다
젊은 김주열의 한쪽 눈에 박힌 검은 최루턴처럼
어둠을 불사르고 불의를 증거하는 주검의 화신처럼. 그날은 기어코 오고 해마다 다시온다
기억하라 기억할 것이다 부정은 망하고 불의는
소멸된다는 역사의 진실을.
하지만 사월이 와도 이땅은 차디찬 냉기가 우리 가슴 가슴을 얼어붙게 하지않는가?
이제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도 냉기에 같혀
입술을 다물고 하늘을 곡하지 않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코록 미워하게 하는가 서로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가?
간너지 못할 깊은 강물이 이토록 아프게
몸서리치며 서럽게 우는가?
사월이여 그날의 함성이 아직 귀에 쟁젱하건먼
그 정의로윤 혼들은 살아 곧장 들마다 골마다 피를 토허며 날아오를테지만. 아직 차디찬 냉기가 감도는 얼음징 밑에서 헛꿈이나 꾸는 병든 영혼이여 깨어나라 사월의 훈풍을 온몸으로 느끼며 실아있음을.노래하라.
다시는 이땅의 불의와 부정과 사람다움을 포기한 어둠의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꼿꼿하게 사월의 노래를 부르자
서럽게 죽어간 그날의 혼들을 위하여 훗날 이 땅에 태어날 볼이 붉은 아이들을 위하여, 우렁차게 사월의 찬가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