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항아리

-시를 위한 변주곡 6

by 니르바나

달 항아리

-기청 시인


비어있음으로 더욱

고귀한 자태


있음도 없음도 다 비운

맑고 고운

지순(至純))의 여백


흙으로 빚고

불로 구워낸 뽀얀 살결

저리 서늘한 맥박의 온기는


인욕과 비움의 절제

이름 없는 도공(陶工)의 눈물

어른어른 얼비치고


더는 내려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닥까지


그 비어있음으로 더욱

깊어지는 충만의 그리움.



*출전; 시집 [열락의 바다] 제1부 '명상의 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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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맥//


필자의 가)시 <공간>에서는 백자라는 재재 대신에 그에 비견되는 ‘조선의 하늘’이란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이에 비해 나)시, ‘달 항아리’는 외형보다 내면의 텅 빈 충만과 도공(陶工)의 고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필자의 두 작품의 간격은 무려 40여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서로 닮아 있으나 분명 다르다.

그럼 백자라는 제재는 어디서 온 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초정 김상옥의 <백자부>에까지 그 실마리를 거슬러 올라간다. 초정 김상옥 선생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필자를 문단으로 이끌어낸 문학적 스승이다. 그의 수많은 걸작들은 한국의 문학적 자부심을 활짝 꽃피운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 (생략)

물론 그 대상의 빛나는 아름다움, 그 미적 속성을 찬탄하는 것도 시의 중요한 사명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이 불현듯 솟구쳐 올랐다. 사물의 음과 양은 어느 하나로 완성될 수 없다. 달의 상현과 하현은 보이는 부문만을 본 것이다. 하지만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인정해야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달이 된다.

그처럼 ‘있음’이란 것도 인식의 분별에 지나지 않는다. 있음과 없음을 모두 비워낼 때 비로소 본래의 맑음(空性)을 이루는 것이다.

-필자의 <나의 시 세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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