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의지하며(정순영)

by 니르바나

서로 의지하며 (정순영}



왼쪽 다리를 들면

오른쪽 다리가 짐을 지고

다리끼리 의지하며

길을 간다.


세월도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여명이 어둠을 밀어내고

해가 기울면

달이 세월을 품어 밝히며

해와 달끼리 의지하며 걸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인연이나 정분(情分)은

길가에 붉거나 노랗게 피어서 손 흔드는

풀꽃에 지나지 않는다

세월을 두고 바람이라하면

인생은 막다른 길을

슬픔과 가쁨이 서로 의지하며 걸어가는 것이다.









감상과 이해***



삶의 관조와 각성이 깊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다리(오른쪽 왼쪽)->해와 달(우주)->슬픔과 가쁨(관념)

현실에서 우주공간으로 확장되고 다시 관념으로

승화되는 의미의 재구성 과정을 거친다

시공의 확장을 통해 단순서정을 넘어서는 재창조는

관조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준다,

서로 의지하는 것은 우주의 법칙이기도 하다 해와 달 선과 악

기쁨과 슬픔 어둠과 밝음 삶과 죽음 모두 한 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이 지나는 길이라면 인연은 길가의 풀꽃이니 너무 연연할 일이

없다 모두는 지나가고 삶도 죽음까지도 지나가는 것이다

정순영 시인은 시 전문지 <풀과 별>지로 등단(1971)하여

맑고 투명한 서정과 토속적 정감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시집으로 <시는 꽃인가><꽃이고 싶은 단장><조선 징소리>등이 있다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동명대 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 의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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