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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Jun 16. 2019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김혜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김혜순)

 

 

직육면체 물, 동그란 물, 길고 긴 물, 구불구불한 물, 봄날 아침 목련꽃 한 송이로 솟아오르는 물, 내 몸뚱이 모습 그대로 걸어가는 물, 저 직립하고 걸어다니는 물, 물, 물...... 내 아기, 아장거리며 걸어오던 물, 이 지상 살다갔던 800억 사람 몸 속을 모두 기억하는, 오래고 오랜 빗물, 

지구 한 방울. 

오늘 아침 내 눈썹 위에 똑 떨어지네. 

자꾸만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그런 운명을 타고 난 저 물이, 초침 같은 한 방울 물이 내 뺨을 타고 또 어딘가로 흘러가네.

 

 

감상과 이해***

 

시의 행을 자유롭게  펼치는 산문적 경향의 시, 원형심상은 무의식에 저장된 오랜 인류보편의 기억이다  물의 원형심상은 정화 탄생과 죽음이다 서로 모순되는 태어남의 시작과 사라짐의 종말이 하나라는 것이다ㅎ  물에서 생명이 잉태하고 물로 살다가 물로 돌아간다  물은 형체가 없다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한다  <오랜 빗물, 지구 한 방울>에서 지구와 빗물은 등가의 관계다 그냥 빗물이 아닌 시공을 초월한 영겁의 순환이다  문학에서 물은 영원한 생명력을, 고대 <공무도하가> 등에서는 죽음으로 이별을 상징했다김혜순 시인은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을, 1979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김수영 문학상> <현대시작품상>등을 수상, 2018년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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