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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Jun 21. 2020

땀나는 여름엔 땀내며 한식을 먹어야한다는 아빠의 지론

아빠의 이열치열 닭개장 만들기

오늘처럼, 쨍한 햇살이 온 세상을 평정한 것만 같은 날씨였다. <태양을 피하고싶었어>노래의 타이틀의 기원을 왠지 알것 같다는 그런 날씨. 난 태양뿐만이 아니라, 이 여름, 더위를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빠는 이열치열을 언급하며, 닭개장을 해먹자고 했다.


무더운 날씨엔 불 앞에 서있기가 참 싫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박, 냉면, 빙수같은 시원한 음식을 찾는 것이겠지? 그런데 우리 아빠는 여름이 오면 닭개장부터 찾는다, 


시켜먹는 음식이 섭섭할 즈음에 아빠가 내게 해주는 메뉴는 크게 두 가지다. 아빠가 젊었을 서른 즈음에, 혼자살면서 터득한 라면과 닭개장이 바로 그것.(TMI : 아빠는 지방근무를 해야해서 엄마와 주말 부부였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아빠와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서 삶은 닭을 길게 찢었다. 입이 살짝 나와있는 나를 보더니 아빠는 '이렇게 닭의 결대로 길-게 찢어야 해'라며 직접 시범을 보여줬. 


한식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빠가 해주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함께 만들어볼 수 있는 메뉴라서 좋은 닭개장' 



한식과 가성비


한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한식을 기피하게 된 이유에는 '가성비' 탓이 크다. 한식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들이 '가성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에 비해서 소박한 인상이랄까, 왠지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누군가 그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만, 아빠는 오랜만에 광주를 찾은 내게 '오랜만에(?) 닭개장 만들어먹을까'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움직여야 하다니... ' 귀한 삶은 닭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외식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다. 요리의 과정을 통해 참 기쁨을 누리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더위를 잘 타는 편이었다. 



군말할 수 없는 아빠의 닭개장


그래도 아빠의 닭개장에 군말할 수 없는 이유는 아주아주 간단하게 '뚝딱' 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닭의 뼈를 발라내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쓰고, 그 외에는 무척 간단하다. 무언가 빠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간소하니까. 우리 아빠 나름의 축약을 한 게 아닐까 싶은 닭개장 레시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닭을 삶는다(육수는 버리지않는다) 

-뼈와 살을 분리한다

-살을 결대로 쭉쭉 찢어둔다

-고춧가루와 섞어준다

-육수를 부어준다

-밥과 함께 먹는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고춧가루와 닭을 섞을 때, 아빠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을 보면, 아무리 레시피를 간소화해도 마음은 줄어들지 않는구나- 싶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더위를 생각하고 있노라니 막연히 아빠가 '닭개장이나 해먹을까'하는 순간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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