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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Nov 16. 2023

그리운 나의 애들레이드 백패커스

피터 아저씨는 아직도 그 곳에서 잘 지내고 계실까.

  23살에 첫 직장을 잡고 1년간 모은 월급으로 40일간의 배낭여행을 떠났더랬다. 내가 태어난지 한 달도 채 안되어 아버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 생기셨기에, 나는 변변한 가족 여행조차  한번 가보지 못하고 자랐더랬다. 그저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 졸업여행이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발령 동기 친구 현지가 이번 겨울에 호주 배낭여행을 가자며 제안하였다. 그 친구는 이미 대학생 때 여행의 끝판왕이라는 인도 배낭 여행까지 다녀온 나름 여행의 고수였다. 인도 배낭여행까지 한 마당에 호주 배낭여행은 그야말로 식은 죽 아니겠는가.   

   

  대학친구와 해외 여행을 약속해 놓고는 친구가 갑자기 펑크를 내는 바람에 무산 된 적이 있었기에, 나는 겁도 없이 덜컥 그 제안을 승낙했다. 도대체 배낭여행이라는 게 뭔지, 호주가 어떤 나라인지 아무런 것도 모른 채 말이다.      


‘호주? 캥거루의 나라이자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 나라 아니야?’

정말 그 정도의 지식 밖에 없었다.


  가끔 현지는 전화를 걸어와 여행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물어왔다.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지리를 공부하고 가지 않으면 그만큼 감흥도 재미도 떨어지니 잘 준비해서 가자는 얘기였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퇴근하는 것만 해도 힘들었던 새내기 교사였기에 친구의 말을 듣고도 딱히 뭔가를 준비하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발령 첫해에는 막내인지라 그렇게 복사기를 많이 돌렸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커피는 안 탔지만. 켁)    


  다행히 여행의 루트는 현지가 짜주었다. 멜번으로 들어가서 애들레이드-캔버라-캥거루 아일랜드-시드니-브리즈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멜번은 마치 유럽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예쁜 도시였다. 거리가 아주 깨끗하고 말쑥했다. 거의 매일이 날씨도 좋아서 사진을 찍으면 싸구려 디카(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대도, 필름 카메라로 찍어도 고화질 해상도 렌즈로 찍은 것 마냥 사진이 아주 선명하고 청량했다.

     

  다음 여정은 애들레이드였다. 애들레이드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 정보가 없었다. 멜번에서 애들레이드까지 버스로 이동했는데, 버스 주차장에 우리가 묵을 backpacker's 사장님이 픽업을 나와 주시기로 하셨다. 한국에 게스트 하우스가 널리 퍼져 있다면, 호주는 배낭 여행객의 천국이므로 말 그대로 백패커스(backpackers') 숙소가 많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버스로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픽업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이 많이 있었다. 애들레이드 백패커스도 그런 흔한 숙소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모든 여행 루트와 숙소는 친구가 짜고 예약했기에 별 기대감 없이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왠 70은 훨씬 넘고 80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웃으며 차에 타라고 하셨다. 세상에 호주에는 저렇게 나이 많은 백패커스 사장님도 있구나 하며 차에 올라탔다.    

  

  숙소에 도착한 그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내 친구가 그 흔하고 흔한 백패커스 중에 굳이 이 애들레이드 백패커스를 선택했는지 알게 되었다. 저녁 7시만 되면 무료 애플파이가 무제한 제공 되는 것이었다. (역시 넌 내 친구) 물론 사장님의 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해주는 꽤 양심적인 배낭여행객들은 저녁 식사 후 그저 애플파이 한 조각으로 그날의 여독을 풀었다. 도대체 그 많은 애플파이를,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애플파이를 어디서 공수해 오는지 때론 궁금했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그 애플파이 맛을 못 잊고 ‘wool worth'라는 호주의 이마트 격인 마트를 온통 뒤져 애플파이 한통을 사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쉽게도 그 맛은 아니었다. 그저 엄청나게 달기만 했다. 애들레이드 백패커스에서 먹었던 그 쫀득하면서 달콤하면서 담백한 그 맛이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애플파이를 애정한다. 가끔 남편이 출장을 갈 때마다 그 지역 유명 베이커리에 들러 애플파이가 있으면 사다 주고는 하는데 도통 그 맛이 안 난다. 아마 그때 내가 먹었던 애플파이가 내 생에 첫 애플파이여서 였을까. 어쩌면 매일 아침마다 피터 아저씨의 사모님께서 특제 레시피로 구워내서일까. 나는 아직도 그렇게 맛있는 애플파이를 먹어본 적이 없다.

     

  달콤한 애플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면서 가끔 떠올린다. 따뜻한 남쪽 나라 애들레이드에서 피터 아저씨는 여전히 저녁 7시가 되면 먹음직한 애플파이를 잔뜩 준비해서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늘 유머러스하고 다정했던 아저씨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덧. 멜번 -(그레이트오션로드) -애들레이드 (캥거루섬) -엘리스스프링스 (에어즈락)-캔버라 (비행기로 이동) - 시드니 -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프레이저아일랜드)   

   

저의 여행 코스였던 이 코스, 추천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저도 좀 더 건강해지면 다시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은 코스랍니다.   

    


*backpackers: 배낭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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