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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Nov 15. 2023

반려동물로 개구리를 키웁니다만.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갑니다.

  원래 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게는, 반려동물 10만이 넘는 시대에 이 무슨 발찍한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트이자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앞집에 살던 사나운 진돗개가 어찌된 일인지 목줄이 풀어진채로 우리집 대문안으로 난입해 들어왔다. 대문에서 계단을 몇 개 올라오면 있던 현관 앞에서 나는 진돗개 밑에 깔려버렸다. 그게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던가. 

    

  원래도 개를 무서워했는데, 그 일 이후로는 살아 움직이는 것은 인간 빼고 다 무서웠다. (사실 인간이 제일 무서울 때도 많긴 하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나서 뭔가 키워보고 싶긴 해서 만만한 식물 몇 개를 들여놓았더랬다. 그런데 웬 일인지 멀쩡한 화분도 우리 집에만 들어오면 죽어나갔다. 그렇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키우는 일이란 인간 키우기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물, 적당한 바람이 있어야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특히 적당한 바람, 즉 숨쉴 구멍이 있어야 한다는 건 식물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라는 사실에 ‘생명체의 신비함이란’ 하고 놀랬더랬다.     


  딸아이를 키우면서는 잘 몰랐는데, 둘째인 남자아이를 키우다보니 확실히 아들은 동물을 좋아했다. 동물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도 관심도 없는 에미를 두었는데도 말이다. 달팽이며 사슴벌레며 온갖 것들을 동네 산책길에 주워 다가 키우곤 했다. (때로는 주변이들에게 선물? 받아오기도 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운이 좋으면 달팽이 열 마리쯤은 잡아들여 올 수 있었다. 다행히 욕심이 많지 않던? 아이는 혼자는 외롭다며 두 마리만 데리고 와서 키우곤 했다. 그리곤 내가 요리할 때 옆에 와서      


“엄마 상추 있어?”

“왜?”

“달팽이 먹이 줘야 하거든.”     


  그러면 또 아들바보인 이 엄마는 냉장고에서 굳이 죽어가는 상추를 꺼내 촉촉이 씻은 다음 아들에게 내밀곤 했다. (엄마는 어른 남자에게만 약한 게 아니라 순수한 소년에게도 약한 것이었다.) 아들은 꽤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동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웠다. 에미와는 확실히 달랐다. 외출 후 다녀와서는 꼭 동물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했고, 1박 2일로 여행을 갈라치면 주인이 없는 사이에 굶어죽지 않도록 충분히 먹잇감을 넣어놓곤 했다. 공기구멍이 차단되지 않도록 사육통을 세밀히 살피는 것도 빼놓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초록색 물컹물컹한 생물체를 데리고 왔다. 그렇다. 그것은 개구리였다. 청개구리.


‘햐...’     


  애들이 어릴 때 아빠가 그렇게 동네에서 개구리를 잡아서 보여주더니만, 본 게 이리 무섭다. 아들은 개구리 밥을 뭘로 해야 할지 몰라 아빠와 함께 네이버를 검색하다가 반딧불이나 날벌레 같은 것이 좋다는 것을 보았다. 그날 이후로 애비는 퇴근만 하면 날벌레류를 찾아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동네 시골길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녔다.      


  2-3주를 그 노릇을 하더니 남편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다시 네이버를 뒤졌다. 네이버 쇼핑에는 밀웜이라는 것을 팔고 있었다. 밀웜의 종류도 다양했다. 개구리는 보나마나 목구멍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므로 꽤 작은 놈의 밀웜으로 골라야했다.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진으로는 밀웜의 사이즈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밀웜을 배송시켜놓고는, 잘 못 산 것을 확인하곤 반품 시기를 놓쳐버려 커다란 지렁이만한 성충이 되어 말라 죽은 걸 보고는 기겁하고는 했다.     


  지금은 작년에 데리고 온 개구리 ‘청이’는 수풀로 보내주고 다시 두 놈을 새롭게 집으로 들여온 아들이었다. 작년에 비해 키우는 솜씨가 늘었다. 사육통의 두껑을 사탕으로 걸쳐놓아 숨쉴 수 있도록 바람 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뭐든지 하면 느는구나.’

아들을 보며 생각한다.

      

  얼마 전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단톡방에서 개구리를 선물(?)받아 집에 데리고 왔는데 뭘 어떻게 먹여야 되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네~! 압지요. 제가 압니다.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다 쏟아내 드리오리다.’     



아침에 아들은 학교를 가고, 그새 나는 이 두 개구리 이름을 잊어버렸다. 참고로 왼쪽 플라스틱 통안에는 작은 밀웜으로 가득하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동물 애호가가 되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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