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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러브 Jun 04. 2024

부부의 날을 기념하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지구에서 만나, 둘만이 완전한 하나가 되자고 약속하는 사건이 '결혼'이 아닐까 싶다. 남자와 여자는 이리도 다른 건지, 아니 어찌 보면 인간 개개인이 각자 모두 다른 성격과 개성, 환경을 지닌 채 살아와서 서로가 이다지도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한 남자와 16년을 살아오면서 남자라는 존재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고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아주 개별적인 탐구이며 절대 일반화할 수 없다.     

 

우리집에 사는 화성에서 온 남자는      


뭘 잘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뒤끝도 없다.)     

맛있는 걸 좋아한다. (내 요리 실력이 조금씩 상승했다.)     

운동을 좋아한다.(퇴근 후에 집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     

세상사에 관심이 많다. (챗 gpt 등 신문물들은 거의 다 남편을 통해 접하고 배우게 되었다.)     

잘 먹게 해주고 잘 자게 해주면 꽤나 무탈하다. (자기 전에 싫은 소리 하기 금지)          


이정도가 내가 그동안 남편을 탐구해 온 결과물이다.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에 놀랬다.  

    

지금 나의 자녀들은 고1과 초 6이다. 2년 반 후에는 아마도 첫째 아이는 타지로 떠날 가능성이 많다. 내가 사는 곳에는 대학이 한 개 밖에 없기 때문이고, 그 학교에는 딸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학과가 없다. 서울이든 대전이든 천안이든 혹은 외국 어딘가로든?! 이 아이는 떠날 것이다.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갈 가능성은 일단 아직은(?!) 아주 낮다.)      


초6 아이는 7년 반 후에는 어디로든 떠날 것이다. 학교 때문이든 군대 때문이든 말이다. 그럼 적어도 7년 반 후에는, 어림잡아 8년 후에는 남편과 나만 남게 된다. 우리는 이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그 때에 남편과 둘만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도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휴직 중인 나는 종종 남편에게 불려 나가 점심을 함께 먹는다. 수술 후 약물 치료 때문에 무기력증에 오래 시달리느라 기운이 없어 사주는 밥 먹는 것도 자주 거절했고, 꽤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복직을 3달 앞두고 남편이 부를 때는 언제든지 달려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남편과의 취미생활을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남편의 취미는 축구, 농구, 크로스핏이다. 다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내가 하기에는 접근성의 어려움이 있다. 반면 나의 취미는 산책하기, 책읽기, 음악감상이다. 그래서 그 접점을 1주일에 한 번 '나는 솔로'를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정했다.       

        

우리는 남자 6명, 여자 6명의 출연자들의 스토리에 몰입하며 누가 자신의 이상형인지를 서로에게 물어보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의 이상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나는 무던하고 성실한 스타일이면 오케이다. 두 달 정도 되면 이 프로그램의 한 시즌이 끝나는데 그때쯤이면 극F인 나는 이들의 사연과 스토리에 푹 빠지고는 그들이 지금도 사귀고 있는지 아님 헤어졌는지 검색을 해 보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커' (현재 커플) 아니겠는가.      

         

결혼을 하면 절반은 이혼하여 헤어진다는 시대와 세상에 살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상황과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유럽 등의 서구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을 한 경우에 여러번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결혼이란 선택을 한 이들은 용기 있고 숭고한 영혼들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생각한다. 일말의 동지애도 느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서 바람이 살랑 살랑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와 너는 다르며, 우리는 상대방에게 권유할 수 있을지언정 강요하거나 억지로 바꿀 수는 없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한다. 무엇보다 여자와 남자는 꽤 많이 다르며,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그 점이 세상을, 우리를 더 아름답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신혼 초에 비하면 이제는 결혼 생활이 꽤 많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느낀다. 이제 우리는 사소한 일에 부질없이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 최근까지만 해도 먼저 왠만하면 절대 먼저 사과를 하지 않던 남편이 근래 2-3년 전부터는 먼저 ‘미안하다’, ‘잘못했다’ 곧잘 사과도 한다.       

         

인간은 결국 스스로가 ‘깨달아야’ 변한다고 한다. 그 깨달음의 동기는 우르르쾅쾅 할 만한 죽고 살만한 큰 사건의 계기가 아니라면 '사랑'과 '기다림'과 '정성'이다. 아내인 우리들은 때때로 남편이 미워도 여전히 정성스레 밥을 챙겨주며, 아침에는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건네고, 저녁에는 수고 많았다는 말을 건넨다. 그런 사소한 일들이 쌓여 부부간의 돈독함으로 맺어짐을 믿는다.          

     

둘이 모여 하나가 되었기에 부부의 날을 21일날 기념한다. 가정의 달의 5월 중에서 정점은 바로 부부의 날이 아닐까. 부부가 있었기에 자녀고 있고, 그로 인해 완성된 가족이 존재한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조직인 가족을 이루는 근간이 부부에게 있으니,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라 할 수 있겠다. 관계가 좋으면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부부지간에 이미 우리는 임신, 출산, 육아를 함께 겪어내온 일종의 전우애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 전우와 좀 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의 소녀성과 여성성을 유지하고 남편에 대한 인류애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때때로 왜 인류애에서 남편만은 빼고 생각하게 되던지.) 남편 역시 알고 보면 밖에서 돈 벌고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애닯은 사람 아니던가.      

오늘은 누가 되었든 먼저 고백해 보자.      


‘여보, 고마워.’

‘사랑해.’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앞으로도 사이 좋게 지내자.’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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