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설레임이 너의 설레임에 가 닿기를
그림책 <쿠키 한입의 행복수업>을 읽고.
수술 후 사 개월 만에 검진과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다. 오가는 시간만 네 시간이 걸리고 진료를 기다리고 검사를 받다보면 그에 더해 두 시간이 더 훌쩍 지날 것이다. 병원 가는 일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하기 싫은 일이다. 그래서 늘 큰마음을 먹고 병원으로 출발을 하게 된다. 그런데 웬 걸.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마음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실버벨~ 실버벨 ~ 아름다운 종소리를’
아름다운 캐롤이 잔잔한 경음악으로 연이어 들리고 있었다.
‘아! 맞다. 벌써 12월이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구나. 그것도 잊고 살았네.’
크리스찬이든 그렇지 않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이고 어른이고 어느 정도 설레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어쩌면 할머니가 되어도 캐롤이 들려오고 트리에 작은 불빛이 반짝거리는 걸 본다면 여전히 설렐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가 되면 모든 근심 걱정을 잊고 구유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아기 예수를 떠올리며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기도 한다. 또한 쉽지만은 않았던 한해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몸과 마음의 준비를 곁들여 해 보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절기가 주는 특별함이다.
12월이 되면 유독 떠올려지는 그림책 한권이 있다. 바로 <쿠키 한 입의 행복 수업>이다. 행복은 오감으로부터 와서 전해진다고 했던가. 귀로 들리는 행복함이 바로 음악이라면 눈으로 오는 즐거움 역시 놓칠 수 없다.
파란 하늘 아래 눈이 펑펑 쏟아지고 한 꼬마 아이가 강아지와 생쥐와 함께 예쁘게 포장한 쿠키를 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이 표지에 담겨있다. 빨간 모자에 빨간 장갑에다 빨간 외투까지 챙겨 입고서 말이다. 함께 가는 강아지는 초록 코트를 입고서. 단박에 표지만으로도 크리스마스가 떠오르게 해준다. 게다가 보통의 그림책이 눈과 마음의 즐거움을 준다면 이 책은 맨 마지막 장에 ‘행복 쿠키 레시피’까지 실려 있어 미각의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주부 15년차인 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이 특별한 쿠키를 만들어봐야지 하고 레시피를 보며 또 한번 설레인다.
나이가 조금씩 더 들면서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은 이뤄내기도 쉽지도 않은 일이거니와, 삶이란 행복만을 좇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100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행복은 그것을 추구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할 때 그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임을 삶에서 몸으로 익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품성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삶을 쿠키 만들기에 비유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그림책이다. 행복을 목적으로서 추구할 때가 아닌 과정으로서 살아갈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런 그림책이랄까.
생각이 깊다는 건 이런거야.
“이웃집에도 쿠키를 좀 갖다 드리자.”
평화롭다는 건,
아무도 남이 가진 쿠키에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자기가 가진 쿠키에 조용히 만족하는 거야.
희망이란 이런거야.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다보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설렘과 희망이 살포시 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삶의 행복이란 관계 속에서 오는 것이며, 다른 사람과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온다는 것도 말이다. 아직 오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다시 이 책을 꺼내 주변사람들과 함께 설레이며 좀 더 행복해 지기 위한 연습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