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난히 꿈을 많이 꾼다. 좋은 꿈이면 좋으련만 대부분 기묘하고도 알 수 없는 그런 꿈이다. 식당을 갔는데 내 신발이 여러 켤레 있지만 짝이 하나도 맞는 게 없어 집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한참을 신발을 찾는가 하면, 나 홀로 물 속에 빠져서 옷이 흠뻑 젖어 있기도 하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물속에 함께 있는데도 옷에 물이 젖지도 않고 멀쩡한데 말이다.
어제는 꿈속에서 억울함과 답답함에 목 놓아 고함을 치면서 울다가 잠이 깼다. 실제로도 내가 울고 있었고 소리치고 있었다. 자다가 놀란 남편이 이건 꿈이라며 괜찮다고 했지만 쉽게 그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꿈이 너무나 현실 같았다. 그 꿈과 이어진 현실로 오늘을 살아가야할 것 같은 막연하고 막막한 기분이 한참이나 들어 나를 힘들게 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할까 생각해 본다. 힘들고도 지난하게만 느껴지던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기를 거쳐 이제 두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 하는 몸으로 일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 자녀 양육에 있어 머리를 더 쓰고 마음을 써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밤중 수유를 6년 동안 하며, 낮잠이고 밤잠이고 잠 한번 편히 자고 싶다던 내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졌는데 왜 마음만은 이렇게도 헛헛할까. 그런 헛헛한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그림책과 다시 만났다.
이 책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엄마 곁을 떠나 하룻밤 지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엄마가 아이의 아기적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그려보며 쓴 그림책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가 엄마 곁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샤워를 하고 싶을 때, 잠시 산책을 하거나 장을 보러 가야 하는 순간에도 아이는 엄마와 잠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아이는 점점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에 익숙해진다. 엄마가 잠시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언젠가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온다는 것을 아이는 몸으로 마음으로 익혀가는 것이다.
그러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이제 아이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며, 이 선 이상으로 넘어오질 않길 바라는 그런 순간도 온다. 나 역시 첫 아이를 키우며 예상치 못했던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당황했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외로움과 헛헛함에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아이는 점점 엄마인 나의 품안에서 노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들 나름대로 학교로, 학원으로,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엄마인 나와 마음을 나누며 대화할 시간도, 함께 무언가를 할 시간도 많지 않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말로만 듣던 ‘빈 둥지 증후군’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는 그런 헛헛한 내 마음을 다독여 주며, 그것 또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장의 시간이며 엄마인 나에게도 필요한 성장의 시간임을 일깨워준다.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고 서로를 볼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난다는 것을. 그리고 드넓은 세상을 아이가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며 그 아이의 세상과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이 참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따뜻한 그림과 글귀로 내게 속삭여주었다.
세상 속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언제나 엄마는 너의 편이며 힘들 땐 언제든지 따스한 집으로, 포근한 엄마의 품으로 잠시 돌아와 편안히 쉬었다 가면 된다고 이 그림책은 말해준다. 나 역시 그런 넓고 깊은 엄마가 되어보자 다짐해 본다.
내 품을 점차 떠나는 아이들로 인해 외로움이라는 감정에만 사로잡혀 허우적대기보다는, 이것 또한 나의 인생의 여정에 있어서 꼭 필요한 시간이며 그러한 시간들로 인해 아이도, 엄마인 나도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기억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해 나갈 아이와 나의 여정을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