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를 매일 해 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여자들이 '갓난 아기를 안고 어지러진 저녁 식탁을 치우며 아직도 밥상앞에서 밥을 세고 있는 큰아이를 어르며 라디오의 사연을 들으며 감탄하는' 일들을 동시에 자연스레 해내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이유는 평상시에 살림과 육아와 요리와 청소와 집안의 대소사까지 함께 챙기며 두뇌를 풀가동하는 삶을 꽤 오랫동안 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 치료를 받으면서는 다른 집안을은 제쳐두고 삼시세끼 요리하기에만 집중했다. 그것만 해내는 일에도 힘에 부쳤다. 그래서 자연스레 메뉴를 단순화했다. 일단 아침에는 무조건 계란 반찬이다. 계란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나름 무궁무진 하다. 계란 후라이. 스크럼블, 야채 넣고 계란말이, 계란찜, 맛살이나 크레미 넣고 스크럼블, 참치 넣고 스크럼블 등이다. 이리 저리 변주를 하다보면 일주일 아침 메뉴로 손색이 없다.
생각보다 '아침에 뭐먹지?' 하고 메뉴를 고민하고 선정하는 일은 까다로운 일이다. 어제 저녁과도 다른 메뉴여야 한다. 입이 짧은 우리 식구들은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이전 끼니에 먹었던 음식은 손을 대지 않는다. 고약하게도(?)남편 식성을 닮았다. 그래서 아침은 계란 반찬으로 고정을 해두었다. 여기에 김치찌개나 미역국, 된장찌개, 만두국 등을 일정한 패턴으로 돌려주면 된다.
사실 계란찜은 한동안 잘 하지 않던 메뉴였다. 전자렌지에 돌려도 생각봐도 오래 걸리고 기다리기 지루했다. 생각보다 식감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찜기에 쪄서도 먹어보았다. 웬 걸. 찜기에 찌는건 20분은 족히 걸렸다. 안되겠다. 그냥 정석대로 가보자. 하고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1분짜리 간단한 레시피가 나온다. 별게 없다. 중불로 계란물을 올려 끓이다가 테두리가 읽으면 그 부분을 살살 긁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다가 몽글몽글 꽤 계란이 읽었다 싶으면 뚜껑을 덮고 1분쯤 끓이다가 불을 끄고 2분 정도 뜸을 들이는 방식이었다. 물론 여기에 당근이나 쪽파를 적절한 타이밍에 넣어주면 된다. 나는 당근은 계란이 조금씩 덩어리가 져지는 순간 넣는 편이고 쪽파는 계란찜이 완성되면 넣고 섞은 다음 뚜껑을 덮어 뜸을 들여준다.
계란과 물의 비율은 동량으로 1대 1로 맞춰준다. 그러면 부드러운 식감의 계란찜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고운 소금을 몇 번 톡톡 두드려 간을 맞춰준다. 물론 짠 기운을 내 주기 위해 새우젖, 액젖과 같은 다른 방법을 써도 좋다. 나는 깔끔한 맛을 즐기므로 그저 소금간이면 된다. 미림 따위도 나에겐 굳이 필요치 않다. 앞으로 폭탄 계란찜 하나 먹으려고 식당가를 멤돌 필요가 없다. 뚝배기 위로 부풀지 않은 계란찜도 냄비 안에서 적당히 부풀어 충분히 맛있기에 말이다.
주부 경력 15년차에 느끼는 것은 요리는 스피드다. 복잡다단하면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하고 싶지 않다. 왜냐햐면 우리에겐 밑반찬 만들기라는 또다른 식문화가 있지 않은가. 반찬 하나에 너무 공을 들이다보면 진이 빠져 다른 메뉴를 하기가 싫어지고 재도전 하기도 싫어진다. 나에게 맞는 메뉴와 요리법을 익혀 단순화 하는 것. 그것만이 집밥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감히 외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