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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Sep 26. 2022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

이기적인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떠올리면 참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사랑이라는 것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없지 않을까.


 나는 정말 자존감이 낮았다.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했고 인생이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눈을 뜨는 것이 괴로웠고 힘들 뿐이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이 있긴 할까. 누군가는 나라는 사람이 필요하긴 할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이 시간이 의미가 있는 걸까 수많은 고민들로 가득했었다. 내 눈에 비친 나 말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그게 참 부러웠고 싫었다.


 항상 부정적인 마음들로 가득 찬 내 앞에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내가 나를 싫어하고 믿지 못할 때 그 사람은 나에게 예쁘다, 멋있다, 잘한다라고 끊임없이 말해주었다. 그 말이 너무 좋았다. 사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자꾸만 그 사람에게 의지를 하게 됐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참 이기적인 사랑이었다. 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야 했다. 그래야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게 아껴주는 게 잘 되지 않았고 이런 내 마음을 알면서도 자꾸 모르는 척했다.


 잠깐만 참으면 잠깐만 눈감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을 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척했고, 즐겁지 않으면서 즐거운 척을 했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을 했다. 아마 그 사람도 알지 않았을까. 같이 있는데 자꾸만 외롭다고 했다. 웃는 얼굴을 했지만 실제론 아무런 표정도 없는 상태였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며 날 떠났다. 그 말을 듣던 그 순간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정말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냥 연기였으면서.


 나는 그때 그 사람과만 이별한 게 아니라 나도 모르는 나와 이별했던 것 같다. 날 사랑한다는 그 사람을 보면서 그게 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해야 하니까.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그 상황이 그 사실이 너무 힘들지만 외면하는 순간 그냥 무너져 내릴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계속 반복했다. 진짜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게 사랑인 건지도 헷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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