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베트남을 가게 되었다. (현재는 다녀온 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예전의 나는 참 계획적인 사람이었지만 세월의 모진 풍파와 맞서며 살아가다 보니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인생에 진절머리가 낫달까. 이제는 계획이라는 단어조차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계획에도 없던 퇴사를 하게 되었고 (대단하고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불행할 미래보단 불안해도 행복한 미래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퇴사 후 갑작스럽게 혼자 다녀온 제주도 여행 후 이제는 진짜 다시 취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공존하던 한 번 더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취직이라는 그 단어를 누르고 급작스럽게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은 백수인 지금 이 순간, 남들은 출근하는 날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약간의 승리의식(?)을 가지고 어딜 가야 하나 항공권 가격비교 어플을 열었다. 백수가 아니더라도 비싼 항공권 가격이지만 들어오는 돈은 없이 자꾸만 사라지는 통장 잔고를 보고 있자니 더더욱 비싸게 느껴졌고, 아무래도 해외여행은 사치인가 싶어 국내여행을 가기로 생각한 후 유튜브로 정보를 탐색하기로 했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나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나에게 베트남 여행 영상을 보여주었고 다시 한번 항공권 가격비교 어플을 열어 금액을 확인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괜찮은 가격이네? 그리고 베트남 여행을 검색해서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다. 여기다!라는 생각이 스쳤고, 지금이 아니면 난 베트남을 갈 수 없을 거야. 해외여행,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순식간에 누구도 말릴 틈이 없이(어차피 말릴 사람도 없고, 말린다고 말을 듣지도 않았겠지만) 항공권과 숙소, 공항까지의 교통편을 전부 예약과 결제했고 환전 신청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내내 베트남 여행영상과 블로그 여행글을 모조리 찾고 또 보며 날을 새웠다. 벌 때는 정말 미친 듯이 힘들었지만 쓰는 건 너무도 순식간이고 쉬운 돈이라는 것을 보며 잠시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지금 이 시간과, 베트남 여행의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 도전해 보자며 정보를 담고 또 담았다.
계획이 싫다던 내가 여행을 떠날 생각하나로 말도 안 되게 계획 세우는 순간이 설레고 즐거워졌다. 여행 가서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이며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을 체크하고 어떤 곳을 갈지 찾아보며 정리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아직 여행은 떠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베트남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왜 베트남이야?라고 묻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나는 그냥,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라고 대답했는데,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러고 싶어졌어. 지금 갑작스럽게 베트남이 눈에 들어왔고 가고 싶더라고. (베트남 여행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으면 빨리 찾아올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