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습관처럼 해오던 인사가 조금씩 버겁게 느껴지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점점 밖에서 마음 편히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어려워져서 그런지, 나른한 주말 오후 카페에 앉아 당신의 하루는 어떤 색으로 채워지는지, 나의 일상은 어떤 빛을 띠고 있는지 서로 조곤조곤얘기하던 날들이 더욱 멀고 아득하게 느껴진다.
내겐 너무 그리운 자유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사람들과 마음 편히 밥을 먹는 것도 어느새 특별한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 크고 작은 흔적들을 남기는 중이다.
우리 회사는 3월 초부터 단축근무에 들어갔고, 이미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더욱 늘었다. 사람들은 가능한 한 집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설 때면 얼굴의 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고 나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이 턱턱 막히는 일을 경험을 하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졌던 지극히사소한 자유와평온함이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문득 깨닫게 된다.
안녕, 나의 하루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몇 개월이나 지났음에도 감염자 수가 줄어들 듯 줄어들지 않는 현실 앞에서, 지금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덜 괴로운 방식으로 버텨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자의에 의한 선택과 불가항력의 상황이 주는 무게는 차원이 다르지만다행히 나는평소에도 집-회사를 무한반복하는집순이어서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때퇴근 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거의 비슷하다.
가족들과 함께 뉴스를 보며 늦은 저녁을 먹고, 가장 사랑하는 취미 중 하나인 '드라마 시청'을 한 후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잠든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게 된다. 이직한 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난 경력직 직원으로서 요즘에는 그저 하루하루 견뎌내는 삶을 사는 중이라 더욱 그렇다.
차오름,『혼자여도 이대로 좋다』 , 리더북스, 2020.
소소한 일상이 주는 담담한 위로의 힘
요즘에는『혼자여도 이대로 좋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누군가의 가족, 연인, 친구, 동료로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가장 나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홀로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외롭지만 편안한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이 책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견뎌내는 시간들 속에서 나와 닮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책에는 매일같이 나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대할 때,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 너무 지쳐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 혼자는 외롭고 사람들과 함께일 때는 불편해서 난감할 때, 그럼에도 고된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고 싶을 때 등등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순간 속 느껴지는 감정들이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담겨있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사람에게는 당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값진 의미가 있음을얘기하고, 자신은 언제나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며, 혼자여서 외로워하는 사람에게는 당신은 혼자서도 충분히 빛나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등 따뜻한 마음이 담긴 소박한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그 담담한 위로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나요?
이제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당신이 살아갈 날들이 춤추듯 경쾌하고 즐거운 시간들로 채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