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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Jul 19. 2023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한 아이를 뱃속에 품게된 지 18주 5일.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라고 말하기에는 그 표현의 강도가 약하게 느껴진다. 임신 사실을 알게된 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모든 순간,  작은 우주가 들썩이는 느낌이어서.


첫 두 달 정도는 입덧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거의 누워만 지냈다. 책은 커녕 유튜브나 드라마도 보지 못할만큼 울렁임이 심했고, 밥짓는 냄새와 냉장고 냄새를 참는 것, 양치질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양치덧은 여전히 ing... 숨 참고 양치 다이브.)


임신 9-10주차, 입덧의 절정기에는 잦은 구토로 너무 힘들어서 화장실 앞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을 청하다 다음날 출근해야하는 남편이 안절부절하며 내 머리맡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몸을 일으켜 침대로 가서 잠들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힘든 것이 임신이라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실에 처음에는 조금 놀라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한 생명을 몸 안에 품고 있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아니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꿍얼꿍얼)


그럼에도 매 순간이 축복이고, 감사인 나날을 보낼 수 있어서 기쁘다. 어쩌면 내게 다시 없을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므로.




뱃속에서 꼬물꼬물 자라나는 아이의 존재를 느끼면서,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을 떠올린다.


한 집안의 장남, 장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이미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곧 한 아이의 엄마, 아빠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생길 예정인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아직 '부모'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삶일 뿐이다.


앞으로 무수한 시행착오와 좌절과 기쁨을 겪으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엄마가 된 나는 두 딸의 어머니인 친정 엄마와 세 남매의 어머니인 시어머니, 그녀들의 삶을 조금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 공감과 연대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보드랍고 선명하게 이어주기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부족한 딸이어서 미안해.


한 아이를 품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기적이게도 매일 그들을 그리며 기도하게 된다.


늘 그 자리에 계셔주세요.

지금처럼 건강히, 우리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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