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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n 23. 2018

여유가 없는 건 회사를 다녀서일까?

할 거 다 하는 직장인도 있다!

[관련 글 : 일과 삶의 균형점 찾기]

지금은 퇴사를 했지만 한창 회사를 다녔을 때는 칼퇴한 적이 거의 없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출근을 안 해도 카페에서 일하고 그랬습니다. 정말 일 말고는 제 삶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삶의 모습은 결국은 회사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제 자신을 조금은 아는 입장에서 이건 회사 때문이 아니고 제 성향 때문입니다. 한시라도 몸 편히 쉴 수 없는 성격, 항상 뭔가를 해야만 했고, 여유를 부리거나 쉬면 오히려 힘든 성격...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정말 말 그대로 피곤한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퇴사를 한다고 제 삶이 크게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일이 아닌 다른 일로 또 정신없이 살 테니깐요.


퇴사한 지 8개월 정도? 역시나 제 일상에 여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퇴사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일로 바쁘지 않다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은 제가 벌인 일들 때문에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음... 예상했던 일이라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습니다. 항상 오늘보다는 내일, 한 달 뒤, 1년 뒤, 10년 뒤를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게 갑자기 바뀔 수는 없으니깐요. 알면서도 퇴사를 한건 어차피 이렇게 팍팍하게 살 거라면 회사 일 하면서 힘들지 말고 하루를 오롯이 나에게 할애하면서 힘든 것이 더 남는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면 뭐 하나 틀린 것이 없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하루를 사용하고 있고, 여전히 여유가 없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입니다.


퇴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퇴사하면 더 바쁘고 힘들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버는 만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겁니다. 회사일이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그래서 내 일을 하고 싶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 말이 푸념으로만 끝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퇴사 후 가끔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원해서 퇴사를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이 시간들을 여유롭게 보내면 자신에게 바로 비용으로 돌아 올뿐입니다. 직장인일 때는 가끔 커피 마시고 쉬어도 매달 고정된 월급이 들어오지만 자신의 일을 하면 더 열심히 일해도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여유라는 건 상황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회사를 다녀도 여행 잘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회사를 다니지 않는데도 더 팍팍하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쁜 일정이지만 그 일정에 나를 위한 스케줄도 넣어 잘 지키는 사람도 있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라이프 스타일이나 생각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능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리지 않는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결과가 더 좋은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포기하고 멍 때리다가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고, 항상 바쁘게 사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회사 때문에 바쁜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유를 찾을 수 있고, 그건 자신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게 안된다고 퇴사를 하면 잠깐은 한가해지겠지만 결국은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되고 다시 여유가 없어질 겁니다. 


퇴사를 하면서도 제 여유 없는 삶의 모습이 크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메마른 삶이 크게 당황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쉽기는 합니다. 제 성격이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은 계속 이런 식으로 살게 되겠죠.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계속 일과, 출퇴근만 하면서 하루를 보냈을 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다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서 퇴사를 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 여지가 현실로 되지는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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