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일을 내가 안 하게 되다
[정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로 다시 회사를 가다]
정말 너무너무 회사라는 조직을 싫어해서 3년 전에 퇴사를 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회사라는 곳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고, 매일 출근을 하지 않고 일주일에 12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점, 또 단순히 내 일만 하면 되는 직원이 아닌 PM으로서 일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런 조건으로 다시 회사에 가게 될 거라고는 저 자신도 절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회사라는 곳을 가게 된 건 100% 제 의지는 아닙니다. 학교 선배를 통해 제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의 스타트업 회사 계약직 PM 자리를 소개를 받았을 때는 당연히 수락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에 또 다른 회사에서 계약직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더 가관인 건 그 회사는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을 하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절대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회사라는 곳에 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저의 전 대표님께서 외주 형태로 일을 해달라고 연락을 해왔던 겁니다.
어라? 동시에 두 곳에서 일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하나는 일주일에 2~3일(정확히는 일주일에 12시간)만 출근하면 되고, 다른 한 곳은 일주일에 한 번만 출근을 하면 되네??? 이렇게 일이 몰리니깐 오히려 이 상황을 잘 활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가 개인 사업을 하면서 매일 꿈만 꿨던 직원의 고용이었습니다!
[최저시급, 알바지만 어쨌든 내 일을 도와주는 직원!]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일을 직원에게 넘기고, 그로 인해 제가 얻게 될 시간들을 제안받은 두 개의 회사에서 일을 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정확히는 이미 계획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정직원도 아니고, 일주일 내내 회사에 붙어 있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시 회사라는 곳에 속하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대신 직원을 둘 수 있다는 점이 너무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바로 아는 친구 섭외해서 일 가르치고, 저는 바로 두 개의 회사와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일주일 한 번만 출근하면 된다고 했던 회사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동네에 있는 스타트업만 다니게 됐지만 이 한 곳에서 일하는 대가로 받는 월급만 가지고도 직원 한 명 고용하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고용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최저 시급에 맞춘 알바 형태로 저의 첫 직원을 두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쨌든 제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대신 제 일을 할 사람이라는 사실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고용 형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
그렇게 원래 제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서 했던 일은 친구가 대신하고, 저는 일주일의 12시간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새로운 패턴의 일상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저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 의해
계속 혼자 해왔던 일들이 잘 돌아가고 있다니...!!
솔직히 계속 신경이 쓰였고, 친구가 일하는 방식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무시하고, 일부러 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는 아예 신경도 쓰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제 일을 넘기는 데 익숙해져야 제 사업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혼자 모든 일을 할 수 없는 거니깐요.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이고, 일도 더 빨리 해결되지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고 당장은 일 처리가 느리더라도 그냥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하고, 그로 인해 금전적인 손해도 보고, 사람들과 문제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은 것처럼 제 친구/직원도 결국 제가 맡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해 줄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이미 그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도 마음 편하게 사무실을 비울 수 있게 되었고,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절대 할 수 없었을 시간대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당연한 결과인데 막상 이러한 상황이 되어서 겪어 보니 정말 낯설면서도 재미있고, 새로운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신세계입니다.
[돈]
친구가 자신의 시간을 저한테 할애해 주는 대신 그 친구는 돈이라는 대가를 저에게서 받게 되고, 저는 그 돈을 직원(친구)에게 사용하는 대신 시간과 기회라는 무형의 가치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그중에 일부 시간을 다른 회사에 할애해서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었고, 다시 그 수익의 일부를 친구에게 주고도 돈이 남는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일주일에 12시간만 가면 되기 때문에 남는 시간도 존재합니다. 거기에 아직 기회라는 가치는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기회도 잘 활용하면 제가 혼자 일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일, 해야 한다고 생각만 했던 일들을 하면서 또 다른 수익과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정말 이렇게 남는 장사가 있을까 싶습니다. 직원을 두고 일을 한 지 2주일도 안 되어서 이제는 직원 없이는 일을 할 수 없을 거 같다느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진짜로 그렇게 될 겁니다. 매일매일 (최저시급 x 친구가 일한 시간)만큼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직원을 계속 유지하고, 점차적으로 직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원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돈입니다. 돈으로 시간과 기회를 만들었고, 그 시간과 기회를 잘 활용해서 더 큰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속 일을 벌이다 보면 결국 직원도 많이 늘어나 있겠죠? 머리로만 이해하던 상황을 실제로 겪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르고, 얻게 되는 게 많네요. 퇴사하고 3년 만에 드디어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