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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an 03. 2021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하는 회사 생활

개발자로 퇴사하고 계약직 PM 된 개인 사업자

월급 받으면서 회사 다니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벌려고 퇴사를 했는데 재미있게도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네요 ㅎㅎ 사업하다가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재취업을 한 게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면서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고,
일주일에 근무 시간 12시간만 채우면
출퇴근 시간은 자유


정확히는 일주일에 12시간의 근무 시간만 채우면 출근 횟수는 상관이 없습니다. 보통 6시간씩 이틀 출근을 하고 있고, 다른 일정이 생기면 일주일에 4시간씩 3일 출근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화요일은 매주 정시 출근하고 있습니다. 오전에 출근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10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3시~4시 사이에는 퇴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일도 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개발자가 아닌 PM(Project Manager)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역할에 부담도 있지만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지금 상황이 정말 재미있는데 무엇보다도 다시는 남의 회사에 속할 일이 없을 거라고(물론 단기 계약직이지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크게 만족을 하면서 고정된 비용을 받으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있는 제 자신이 제일 재미있습니다. 


https://youtu.be/R76kzPoLXUU


회사를 다니고 있는 혹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 제 상황을 설명하면 사업하다 잘 안되어서 회사를 들어간 걸로 생각을 합니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그럼 어떻게 사업을 하면서 회사도 다니고 있냐고 물어봅니다. 일단 제 스스로도 이렇게 될 줄 몰랐고,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알아본 것도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퇴사한 순간부터 다시는 회사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으니깐요. 그런데 저도 몰랐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게 하나 있었던 겁니다.


회사를 다닌다고 매일 정시 출근을 해서 업무를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러고 있고, 저도 그랬었고, 그게 싫어서 퇴사를 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회사는 그런 곳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던 겁니다. 뉴스나 온라인 기사를 보면 되기도 어렵다는 CEO의 역할을 동시에 여러 개의 회사에서 맡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극소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좀 더 볼륨을 작게 해서 동시에 여러 곳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은 없을까요?


퇴사하기 전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저는 고객사에 파견을 가서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연 단위로 그곳으로 출퇴근을 하며 일을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다른 고객사 일을 맡아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한 회사에 직원으로 속해 있었지만 이미 여러 개의 회사(고객사)를 상대로도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꼭 회사에 속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개인 사업을 하면 특정 회사나 개인을 상대로만 일을 하지는 않고, 각각 자신 혹은 자사의 이익을 생각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일을 합니다. 그런 것처럼 저도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기업 중의 하나가 제 개발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했던 겁니다. 그런데 제 본업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원처럼 근무를 할 수가 없었고, 결국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주 12시간 근무라는 형태로 계약을 하게 된 겁니다. 


'아 회사라는 조직을 무조건 부정할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도 되겠구나...; 


'이런 식'이라는 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조율을 하면 되겠죠. 저는 본업이 무조건 최우선이고, 그 일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지켜지기만 한다면 지금처럼 회사에 속할 의향이 이제는 있습니다. 이 전제가 지켜진다면 매출/시간/인간관계/복지/학습적인 측면에서 분명 회사라는 조직은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지금의 상황을 제가 허용한 이유는 시간적인 측면이 제일 큽니다. 아무리 동일한 조건이더라도 그 회사의 위치가 제 생활권과 거리가 멀었다면 저는 이 일을 맡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생활하는 곳에서 회사의 거리는 1km 정도 되고, 차를 끌고 가면 5분이면 도착합니다. 퇴사하기 전 매일 출퇴근으로 왕복 3~4시간씩 허비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겁니다. 게다가 근무 시간도 짧고, 그 짧은 근무 시간도 제가 가능한 시간대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전 회사에서 퇴사히기 직전까지 받았던 월급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물론 4개월 단기 계약이고, 이 계약이 끝나면 이런 조건의 계약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겁니다. 어느 정도 운도 좋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만족하면서 기꺼이 회사에 속해 있는 겁니다.


중요한 건 제가 실제 경험을 통해 이런 식으로 회사라는 곳을 접근해 보는 것도 괜찮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겁니다. 때마침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회사에서 이런 종류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그 일을 맡을 수 없고, 나중에 무조건 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걸로 뭔가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을 얻은 상황입니다. 제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현재 매우 만족하면서 하고 있는 이 일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수락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접근법이었을 겁니다. 


정산적인 측면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습니다.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을 했을 때에는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해진 월급을 제때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월급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할 때 선지급, 계약된 일이 완료되었을 때 후 지급으로 비용을 정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서류나 자격이 필요하고, 계산서 발행도 필요하며, 당연히 결과물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일어나면 법적 절차까지 갈 수도 있을 만큼 까다롭고, 예민한 사항들입니다. 다행히 이번 일은 별문제 없이 끝날 거 같아서 벌써부터 세금 신고할 때 어떻게 해야 되나에 대해서 혼자 고민하고 있습니다ㅎㅎ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연말/연초로 인해 이번 주에만 한시적으로 변경된 출퇴근 시간 대에 맞출 수가 없어서 대신 오늘 출근할 예정입니다. 출근하기 전에 이렇게 글도 쓰고 있고....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상황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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