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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Sep 15. 2020

인터넷 되는 모든 곳이 직장이고, 사무실인 삶

노트북까지 있으면 BEST, 스마트폰만 있어도 OK

주인이 세차도 안 해주는 불쌍한 제 차가 얼마 전부터 엔진 오일 바꿔 달라고 징징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합니다. 하기는 해야 되는데 언제까지 해야 된다는 기한은 없고... 하려고 하면 그 날은 한 것도 없이 시간만 가고... 이런 식으로 미루고 미루다가 그냥 잊는 경우도 많지만 엔진오일 같은 경우는 운전만 하면 차가 징징되니깐 잊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차량 정기점검을 해야 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이건 기한도 있고, 나라에서 하라고 하는 거니 그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아마 벌금도 나오겠죠... 즉, 엔진 오일이랑은 다르게 무조건 해야 되는 일입니다. 

불쌍한 내 차...

생애 첫 정기점검이라서 교통안전공단에 전화로 문의해보니 전화로 정기점검 예약을 할 수 있었고, 점검 장소는 지정된 곳 중에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점검 장소 중에 하나가 매번 엔진 오일을 교환했던 대리점과 같은 동네에 있는 겁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전화로 바로 그 점검소를 예약한 다음에 위치를 검색해보니 바로 옆이었습니다 ㅋㅋㅋ '반드시 해야 될 일'과 '어차피 해야 될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20분에 정기점검을 한다고 어제 예약을 했고, 이제 문제는 엔진 오일을 정기점검받기 전에 교환할지, 아니면 정기점검을 받은 후에 교환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시나리오를 짜야 최대한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까?


저는 시간에 대해서 많이 집착하는 스타일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 보내는 걸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엔진 오일을 교환하는 곳은 외국계 자동차 판매 대리점이고, 여러 차례 사용했던 곳이라서 그곳에 휴게실이 잘 꾸며져 있고, 와이파이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정기 점검하는 장소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어떤 곳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엔진 오일 교환하는 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보내는 게 제 입장에서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거 같아 보였습니다. 결국 계획을 짰습니다. 


정기점검을 마치고 엔진 오일 교환을 위해 대리점을 가면 아마 점심시간이 될 거고, 점심시간 이후에나 엔진 오일 교환 작업이 끝날 거다... 그럼 그동안 그 대리점 2층 휴게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면 2시간이건 3시간이건 얼마든지 기다려도 상관이 없지...


점심시간 대리점 2층 휴게실

그리고 이 계획은 귀신같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원래 예약한 시각보다 좀 더 빨리 정기정검소로 갔고, 덕분에 점심시간 전에 점검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엔진 오일 교환을 하러 대리점으로 가니 예상대로 점심시간 이후에 교환이 완료된다는 겁니다ㅋㅋㅋ 저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1층에서 커피를 뽑아 대리점 2층에 있는 휴게실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사무실에서 하고 있어야 될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당구나 탁구는 관심이 없고, 인터넷과 책상이 필요하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엔진 오일 교환 작업이 얼마든지 지연되어도 이제는 상관이 없습니다. 인터넷 되고, 에어컨 시원하고, 노트북에 스마트폰까지 있으니 하루 종일 뭘 해도 할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돈도 벌 수 있습니다. SNS로 문의를 처리하다 보면 일을 맡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주식 거래도 할 수 있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남길 수 있습니다. 덤으로 대리점에는 무제한의 커피도 있습니다. 아이스커피가 없는 건 아쉽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단지 콘센트 사용이 불편한 게 좀 아쉽네요. 그거 외에는 완벽합니다.


대리점 휴게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대기한 지 1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그 사이에 이상하게 온라인으로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그중에 거래가 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엔진오일 교환하는 비용은 진작에 뽑았습니다! 얼마 전에 공모주 청약해서 받은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하락했다는 거 빼고는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엔진오일 교환 끝나면 이 근처에 있는 제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이나 근처 카페로 가면 되겠네요~!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어라

오늘 같이 밖으로 나가야 될 일이 없으면 하루의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일을 합니다. 제가 하는 일들은 인터넷이 되고, 노트북과 모니터까지 있는 사무실에서 모두 처리가 가능하고, 코로나 때문에 최대한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속 같은 사무실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일도 잘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에 계속 '디지털 노마드'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미세먼지 덕에 디지털노마드 되나?) 코로나라는 핑계를 대면서 아직은 실천하지 않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어설프게라도 디지털 노마드 형태로 생활을 할 겁니다. 퇴사할 때 계획했던 일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코로나로 맑아진 하늘을 볼 때마다 막 떠나고 싶은 생각도 마구마구 듭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제가 결정만 하면 되는 거죠. 계획되어 있는 부동산과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모임들, 그리고 기본적인 생활 방법 등의 문제들만 해결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핑계입니다. 하려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는데 갑자기 생황 방식을 바꾸려고 하다 보니 제 스스로 거부를 하고 있는 거죠. 솔직히 디지털 노마드 형태의 삶을 하루라도 유지하려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려해야 되고, 발생하는 비용도 많을 겁니다. 마냥 인터넷에 있는 후기들 같이 환상적이지는 않을 겁니다. 그걸 아니깐 주저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저 자체가 현재의 삶의 패턴에 많이 질려있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을 해야 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살짝 정말 너무너무 어설프게나마 그러한 삶을 체험을 해본거 자체로 의미가 있고, 무의미하게 기다리면서 하품만 쉬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엔진 오일 교환하는 곳인데도 일상을 살짝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ㅋㅋ 대리점의 휴게실이 정말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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