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경영하다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를 나가서 내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귀차니즘 때문에 그러지를 못합니다. 결과가 썩 좋은 건 아니지만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한 사람으로서 일종의 체험담을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기상]
출근하려고 기상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운영하는 공유사무실로 출근하시는 분들이 오시기 전에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 분들이 오시기 전에 먼저 공유사무실로 갑니다. 하지만 제가 생활하는 곳과 같은 건물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고 씻고 걸어서 가면 금방 도착합니다. 비가 오거나 춥거나 너무 피곤한 월요일 아침에 버스/지하철을 타고 머나먼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늦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공유사무실로 출근하시는 분들이 오시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되니깐요. 퇴사한 후에도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여유 부리기]
준비가 끝나면 대략 오전 8시쯤이 됩니다. 보통은 간단하게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브런치, 스토어팜, 카페의 방문자나 주문, 댓글 등을 확인합니다. 간단하게 눈으로만 확인하는 거라 오래 걸리지 않고, 그 후에는 인터넷 기사를 봅니다. 뭐 사회, 경제, 트렌드 등의 기사를 봐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주로 제가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관련 뉴스를 봅니다. 요즘은 오타니 뉴스만 찾아봅니다. 그러다가 8시 40분쯤이 되면 오전 작업 준비를 합니다.
[주식]
남들이 뭐라고 하든 저는 투자는 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손해를 봤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저한테 맞는 투자 방식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계속 그 방법을 고쳐 가면서 실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주식 개장이 9시이고, 오전에 거래와 가격 변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은 주식으로 시작합니다. [관련 글 : 주식시장에서 동전 주 매수하기 #1, #2, #3]
예전에는 모 아니면 도 방식에 투자를 하면서 항상 모가 나오기만을 기대하면서 개나 걸이 나오면 안절부절못해하고, 도가 나오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주식 투자를 했습니다. 운 좋게 수익을 낸 적도 있었지만(그때는 운 좋게도 상승하던 장이라 그럴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손해를 보고 한동안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운영하는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 전업 투자를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투자를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 방식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전에는 모 아니면 도 방식의 투자였고, 지금은 여러 종목을 조금씩 투자해서 상승하는 종목을 제가 가지고 있을 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식 관련 이야기를 하면 길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지만 정말 단순한데 먹히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포스팅]
주식은 보통 11시 전에 1차 마무리합니다. 9시부터 한~두 시간 거래가 활발하다가 점심 즈음부터 점심 끝날 때까지 한동안 소강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주식창을 내려놓고(그래도 계속 주식 시세 확인은 합니다)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올립니다. 제 개인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지만 결국은 제가 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놓고 광고를 하게 되면 읽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정보 제공 목적이고, 많은 분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글을 작성하면서 제 아이템들을 알리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중고나라나 부동산 관련 카페는 원래 광고하는 곳이고, 그 카페를 방문하시는 분들도 모든 글들이 광고성의 글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도 그 사이트에는 열심히 광고글을 작성해서 올립니다.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절대 대놓고 광고를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체험단이나 서평단으로 작성하는 글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주제와 맞는 글들만 작성합니다. 지금 작성하는 글도 오전 주식 작업을 마치고 어제 생각했던 주제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겁니다.
[식사]
프리 워커로 사는 법이라는 책에서 프리랜서가 되려면 매일 혼자 밥 먹을 각오를 해야 된다는 내용을 보고 격하게 공감을 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각에 밥을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대충 오전 작업을 마무리했거나 집중이 잘 안될 때 혹은 너무 배고플 때 식사를 하러 갑니다.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많고, 사무실 근처에서만 먹다 보면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일부러 멀리 가서 먹기도 합니다. 혼자 먹는지라 식당 사장님에게 약간은 눈치가 보이는데 오히려 저한테 더 잘해주시는 식당도 있습니다. 그럼 더 죄송해서 매일 안 가고, 가고 싶어도 다른 곳으로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사용하시는 분들과 식사를 하기도 하고, 밤에 일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저녁에는 시켜 먹고 싶어도 혼자서 시켜 먹기에는 과한 것들이 배부분이고, 정 먹고 싶으면 테이크 아웃해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테이크 아웃하면 가격이 싸거나 적은 양도 포장이 되기 때문이죠~ 이렇다 보니 저녁에 약속이 생기면 어지간하면 무조건 나갑니다. ㅎㅎㅎ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것도 먹고~
[불확실한 오후]
점심 이후부터는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사무실을 사용하기 전에 한번 보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면 그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세 번째 공유 사무실 계약 때문에 부동산과 새로 계약한 사무실을 자주 갑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절대 안 나가고 책을 읽기도 하고, 저녁에 약속이 있다면 오후에 운동을 하고 약속 장소로 나갑니다. 저는 회사원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일정이나 시간을 제 기준으로 잡을 수 있고, 그래서 최대한 동선이 길지 않으면서 중복되지 않게 계획해서 움직입니다. 요즘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어플을 만들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다 완성되면 블로그에 올리고, 판매용으로도 따로 만들 생각입니다. 제가 회사 다니지 않는 것을 알고 오후에 저를 보러 오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그럴 때면 오후 시간을 아낌없이 그 사람을 위해 할애합니다. 회사 다닐 때보다 사람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만나야죠!
[운동]
저녁 6시 전에는 무조건 운동을 갑니다. 이유는 퇴근을 하는 6시부터 헬스장에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기 시작할 때가 되면 저는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으면 안 나간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운동은 무조건 갑니다. 거의 살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다니는 헬스장 입구에 "최고의 재테크는 운동입니다"라고 써져 있는데 격하게 공감합니다.
[과외]
저녁에는 수학 과외를 합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퇴사하자마자 바로 과외도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정말 말 안 듣는 놈들만 과외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프로그래밍 과외도 알아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내일 첫 수업이 있습니다. 시흥에 사시는 직장인 분인데 송도까지 와서 배운다고 하시네요~ 저도 열심히 준비해서 프로그래밍 과외도 열심히 활성화시켜볼 생각입니다. 공유 사무실이 세 개나 있으니 이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나름 수익도 있고~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는 후배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 친구랑 함께 교육 사업을 해볼 생각도 혼자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 계속 시간이 맞질 않네요~
[사무실]
저녁이 되면 세 군대의 공유 사무실 중에 가깝거나 일이 있거나 내키는 곳으로 가서 좀 더 집중해서 해야 될 일을 합니다. 아까 말한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들기도 하고, 온라인 상품 페이지를 기획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주문 들어온 것이 있으면 응대하고, 배송하기 위해 미리 포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주로 구매대행을 하기 때문에 구매자한테 주문을 받으면 배송 준비 없이 해외로 주문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밤 11시 30분이 되면 미국 증시 개장 시각이기 때문에 또 한 시간 정도 주식을 합니다. 미국 주식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해본다는데 의미를 두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까지 끝나면 웹툰 좀 보다가 잠이 듭니다.
일의 종류가 다르고, 모든 일은 제가 만들고 다 챙겨야 된다는 점을 빼면 회사를 다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오직 제 일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만 어쨌든 저는 '나'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일을 벌이고, 유지하기 위해 머리 굴리고, 깨지고...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회사를 나와도 결국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점은 크게 바뀌지 않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의지나 생각, 실천 등으로 얼마든지 그 일상을 바꿀 수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생활이 저에게 너무나도 잘 맞다는 점입니다. 퇴사 6개월째... 6년 동안 모아 놓은 돈, 6개월 만에 다 날릴 기세이지만 여기저기 여지와 가능성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분명 한 번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