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만히 점심값 벌기 #4
[공간]
사람에게 있어 공간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용도도 정말 가지각색입니다.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다른 커피 체인점에 비해서 가격이 절대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나 싼 가격이 아닌 스타벅스라는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합니다. 흔히들 스타벅스에서는 사과 로고가 있는 애플 맥 노트북을 사용해야 한다고들 말을 하는데 아이폰만큼이나 스타벅스라는 공간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어필하거나 보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을 하는 거 같습니다. 어쨌든 밥 한 끼와 거의 막 먹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람들은 스타벅스라는 공간을 이용합니다.
많은 직장인, 부부, 사회 초년생, 그리고 학생 때도 막연하게 내 집 마련을 꿈을 꿉니다. 우리나라처럼 집을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한 나라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마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백 명이 함께 사용하는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무리해서 억대의 대출을 받고 매달 이자를 내면서 모두가 똑같은 네모난 개성 없는 집을 구매합니다. 운이 좋다면 전세를 구하기도 하고, 여유가 있다면 빚 없이 집을 장만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한 곳, 데이트를 하는 곳, 사무실 등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서로 다른 공간을 경험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난하든 부자이든, 시대나 나라, 성별, 종교, 분야를 막론하고 이 공간이라는 개념은 피해갈 수가 없을 겁니다. 단, 시간이 지나면서 소유나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사회적인 요인으로 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거 같고, 그 이유는 '공유'라는 단어가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공유]
제게는 제 명의로 된 공간 하나와 월세를 내고 있는 공간 두 개가 있습니다. 두 개는 월세를 내는 오피스텔 하나와 제 명의로 된 오피스텔 하나, 또 다른 하나는 월세를 내고 있는 연습실입니다. 여기서 제가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이 세 개 공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모두 저 혼자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피스텔 하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 월세로 살고 있고, 또 다른 오피스텔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습실은 밴드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제가 속한 팀 말고도 다른 팀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용자분들로부터 매달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돈을 사용할 때 이 돈을 사용해서 저한테 돌아오는 것을 생각합니다. 식사나 옷 등과 같이 필수적인 소비는 그렇다 쳐도 여행, 외식, 쇼핑 등은 소비 후에 만족감이나 즐거움, 행복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소비에 투자라는 개념을 추가합니다. 정신적인 만족 말고 물질적으로도, 더 정확히는 돈이 제게 돌아오는 소비를 선호합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는 꼭 해야 되는 소비가 있는데 그 소비가 소비로 끝나지 않고 제게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다면 이걸 마다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제게는 공유입니다.
[주거]
부모님 밑에서 살다가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매일매일이 돈과 직결됩니다. 독립을 하기 전에는 집에만 있으면 돈이 나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독립을 한 후부터는 집에 가만히 있어도 돈이 나갑니다. 정말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들 수밖에 없고, 그 액수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돈이 들지 않는 월세를 구했고, 매달 나가는 월세를 해결하기 위해 그 월세 집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기로 계획하고 오피스텔을 계약했습니다(관련 글 : 클릭) 회사 근처에 집을 잡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원래 살던 곳에 오피스텔을 계약했는데 어차피 회사 끝나고 집에 오기 전까지는 텅 비어 있고, 비어 있는 오피스텔을 저녁 전까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퇴근해서 집에 오기 전에 모두 마무리를 하신 후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저는 저만 있는 오피스텔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출근을 합니다. 그럼 그 날 오후에 오피스텔 사용자가 나와서 다시 사무실을 사용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개인 공간 따로 있냐고, 불편하지 않냐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불편한 게 없지만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솔직히 집에서 하는 거라고는 컴퓨터 하고 씻고 자는 거 말고는 거의 하는 일이 없습니다. 심지어 음식도 집에서 일절 하지 않고 살림살이도 책상과 옷걸이, 책 등 몇 안됩니다. 정말 40평 오피스텔에 책상 6개 말고는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런 공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용하면서 저는 사용료를 받는 겁니다. 저는 이 공간에 딱 여섯 분만 계획인데 제 계획대로 여섯 분이 동시에 사용하신다고 해서 제가 금전적으로 이득은 없습니다.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때문에 오히려 10만 원 미만으로 제가 더 내게 될 겁니다. 그럼 이건 손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만약 제가 집을 전세나 아예 구매를 해버렸다면 전세 보증금/집 값이라는 명목으로 큰돈을 사용 혹은 묶이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자체를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큰 액수로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잃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피스텔을 선택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사용하면서 한 달에 십만 원 미만의 액수로 집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싼 월세인 만큼 좋은 조건의 집에서 생활을 할 수가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손해지만 목돈이 묶이지 않아 제가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과 동시에 집 문제까지 해결된다는 장점은 돈으로 환산하면 몇 백 ~ 몇 천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겁니다.
[연습실]
대학교를 휴학하고 밴드 활동과 과외를 병행하던 시절에 과외와 이전부터 모은 1,000만 원으로 밴드 연습실과 장비 구매를 해서 개인 연습실을 월세로 마련했습니다. 밴드 연주를 해야 했기 때문에 지하로 잡아 방음 공사를 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의 7~8년 사용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이 공간을 저 혼자 사용한 적이 없고, 제가 속한 팀과 다른 팀들이 요일을 정해서 고정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운 좋게도 이 연습실은 지금까지 적자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큰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제가 강조하는 하루 점심 값 정도는 충분히 나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연습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연습을 할 수 있고, 시간제한 없이 밴드 합주를 할 수 있습니다. 밴드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습, 작업을 자유롭고 편하게 또 원할 때 할 수 있는 공간이 정말 절실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습실을 다른 팀들과 공유해서 사용하면서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돈 들이지 않고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습니다. 종종 의도치 않게 사용하시는 분들을 통해 레슨이나 단기간 사용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고,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어서 정말 평생 가지고 갈 저의 공간입니다. 물론 종종 물건들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비싼 장비들은 한 번도 없어진 적이 없답니다. 들고 가는 게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ㅎ
[임대]
제 소유의 것을 남들과 같이 사용하는 게 아닌 아예 남만 사용하게 하는 임대가 공유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함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점심 값은 우습게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큰돈을 들여 집을 마련하는 건 손해라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가능했음에도 전세나 구매를 통해 집을 구하지 않고 수익을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구매한 지 거의 2년이 되어 가는데 처음 구매할 때 빼고는 그 오피스텔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당연히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오피스텔 세입자와 관련된 모든 관리를 업체에 맡겨서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제 날짜에 월세가 잘 들어오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만약 제가 오피스텔을 구매하지 않고 집을 장만하거나 전세를 구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을 수익이 오피스텔을 구매해 세입자를 받음으로써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제가 말한 기회비용입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큰돈이 묶이지 않았고, 그 묶이지 않은 돈으로 오피스텔을 구매해 월세 수익이라는 기회비용을 얻어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른 오피스텔에 월세를 살면서 공유를 통해 월세를 충당하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주인분도 이 오피스텔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해서 제가 세입자로 들어온 겁니다. 좀 놀랐던 건 제가 이 오피스텔 계약을 할 때 저는 이 주인 분을 통화 상으로 이야기만 했을 뵌 적이 없습니다. 이 분도 부동산에 전적으로 맡겨 놓고 신경을 쓰시지 않고 계신 겁니다.
이렇게 공유를 할 수 있는 건 제가 뭔가 성격이 깔끔하거나 까다롭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을 제가 없을 때 누군가 들어와서 사용한다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면 혹은 요즘 엄청 지어지고 있다는 오피스텔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할 자신이 없다면 위와 같은 공짜 점심은 얻으실 수가 없을 겁니다. 많든 적든 월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번다는 건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템이 있어야 되고 고유한 아이템은 본인의 성향과 관심, 노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 아이템/방법을 선정하셔야 될 겁니다. 단지 그 아이템을 선정하실 때 공유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시고 집 같은 공간의 정의를 좀 더 다르게 해보신다면 위와 같은 공짜 점심의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방법에 따라서는 공짜 점심 그 이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