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Jan 28. 2017

회사 내에서의 팀 간의 경계와 경쟁

무엇을 위한 팀인가?

회사 내에서 얼마 전에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회사 내에서 신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얼마 전에 그 프로젝트 팀이 산업부로 승격되어서 기존 사업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뭐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되어서 기분은 좀 좋았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문뜩 제가 속한 팀이 바뀌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속했었던 팀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 후에 회식을 갔는데 그제야 어느 순간부터 그 팀에서 회식이 있을 때는 저한테는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겁니다. 그제야 '아 나는 이제 저 쪽 팀이 아니구나...' 그제야 제 팀의 사람들과 팀장팀이 눈에 들어왔고, 1년 전에 제가 속했던 팀에 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뭐 크게 상관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팀만 다르고 하는 일은 다르지만 같은 회사 사람이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그렇다고 같이 식사나 술자리를 갖지 못할 이유도 없으니깐요!


[일의 경계]


#1

어느 날 전 팀의 팀장님으로부터의 메일이 왔는데 인원 문제 상 제가 어떤 일을 맡아야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에 제가 속했던 팀에서 그 일은 누가 뭐래도 제가 해야 했던 일이었고, 마땅히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제가 해야 맞는 일이었는데 현재 제가 속한 팀의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달랐습니다.


"O대리 일을 왜 다른 팀의 팀장한테 받아? 그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나한테 말하라 그래!"


그제야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난 다른 팀이 되었는데 다른 팀에서 저한테 일을 준 겁니다. 그것도 현재 제 팀의 팀장님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요. 분명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분명 회사 내에서는 팀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리고 당장은 안되더라도 결국 누군가 그 일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2

저희 팀에서 사용하는 서버에 이상이 생겼었는데 다른 팀에 누군가한테 부탁을 해서 문제를 해결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부탁했다기보다는 그분이 먼저 나서서 도와준 겁니다. 그 당시에 생각하기에도 자기 팀 일도 아닌데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고맙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그 분과 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팀장이 자신한테 


"왜 우리 팀 일도 아닌데 O대리가 나서서 도와줘?"


아 분명 그 당시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더 고마웠던 건데 그쪽 팀장님께서 저렇게 직접 당 사장한테 말을 할 정도로 해서는 안될 일이었던 건가? 다른 팀의 일은 어렵지 않은 거라도 해줄 수 있는 거라도 도와줘서는 안 되는 건가?


#3

원래 같은 팀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팀은 물론 전 팀의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전 팀 사람과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너무 아파하길래 해당 직원의 짐을 가지고 와서 병원에 데려다주려고 했습니다. 병원 가는 길에 현재 팀장님께 연락해서 병원에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쪽 팀에는 사람이 없어? 지금 우리 바쁜데 꼭 O대리가 가야 돼?"


지금 생각해도 어질어질합니다. 위의 두 가지 경우는 어떻게든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그 순간 그 아픈 사람이 우리 팀이냐 아니냐를 따져야 된다? 아...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을 거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그 말 무시하고 병원에 데려다줬고, 대신 그쪽 팀장님께 연락드려서 그 팀 인원 한 명과 함께 가서 병원에 입원시킨 후 저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장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습니다.


무엇을 위한 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SI 회사라 다른 회사들과 일할 때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된다는 생각은 확실히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을 더해주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일을 더 주고 잘못되면 무조건 저희에게 그 잘못을 넘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희 회사와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게 하려면 확실히 그 선을 긋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같은 회사,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팀 사이에서도 하고 있다는 것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수백~수천 명이 다니는 회사도 아니고 한 팀 당 10명 내외인 팀 사이에서도 이런 선을 그어야 하는 건가? 솔직히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위의 세 번째 경우의 일을 겪고 나서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파서 신음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쪽 팀 사람을 불러서 가게 해야 한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는 일입니다.


솔직히 요즘 저도 좀 잘못한 게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현재의 팀보다 전 팀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식사나 술자리도 더 자주 하고 있고, 근무 중에도 그 팀 사람들과 자주 나가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빈도수나 시간을 줄이려고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도 아니고(다른 회사라고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그러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혹은 의식적으로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니면 회사는 그런 것보다는 결과다? 이런 걸까요? 그런 거라고 하면, 제 생각이 틀렸다고 하면 역시 조직은 저와는 맞지 않다는 저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었네요...

작가의 이전글 전세가 좋나? 월세가 좋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