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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Oct 07. 2017

인생에도 적용되는 복리

준비하고 실행하는 삶

퇴사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거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9월 초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았지만 2017년 휴가가 14일이나 남아서 휴가를 다 사용한 후에 퇴사를 하니 9월 말에 퇴사 처리가 되었습니다. 퇴사 후에 가장 경계하는 거 하나가 있는데 바로 게을러지는 겁니다. 고3 수험생이 재수를 해도 대부분 성적에 큰 변화가 없거나 떨어지는 이유는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 의해 하기 싫어도 거의 강제적으로 아침에 등교하고 공부를 했지만 재수를 하는 순간 그러한 강제적인 수단들이 사라져서 나태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고자 학원을 다니고 스파르타식 기숙사에 들어가는 거겠죠. 하지만 30대인 제가, 더욱이 더 이상의 직장 생활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학원을 다닐 수는 없겠죠.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회사에서 주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누가 저한테 일을 맡기려고도 하지 않고, 당연히 누가 저한테 돈을 주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제가 알아서 일을 찾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게을러지고 낮과 밤이 바뀌고 방에서 뒹굴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저는 인간쓰레기, 밥버러지가 되는 겁니다. 회사 다니는 동안 적게 잤던 수면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늘린 거 말고는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제 일을 하고, 잠도 제때 자고 있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술과 커피를 끊고(담배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핀 적이 없습니다) 쓸데없는 모임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준비된 퇴사

오늘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사장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인들은 긴 연휴가 좋지만 개인 사업자는 연휴가 길면 돈을 벌 수가 없다로 시작된 이야기는 3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자신은 아직도 직장에 다녔던 것처럼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회사에 출근하면 아침에는 맹한 상태로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러 나가고 동료들과 잡담도 나누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더랍니다. 한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바싹 일을 하다가 잠깐 또 쉬고 오후 4~5시가 되면 언제 퇴근 시각 되나 하고 시계를 보다 퇴근하고... 야근을 한다고 치더라도 저녁 먹고 또 담배 피우고 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더랍니다. 제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야근하고 일도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나오는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고, 집중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똑같이 들어오니 회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다니고 그러면서 힘들다, 돈 없다면서 한탄을 하고 푸념을 하고 술 한잔 하러 동료들과 퇴근을 했습니다.

돈은 벌어야 되는 게 맞지만 이렇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면 살고 싶지는 않아서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 대책이나 준비 없이 나온 퇴사는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주말, 휴가를 이용해 퇴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말 이것저것 많이 찔러보고 해보고 깨져보고 그러다 하나 괜찮다 싶으면 계속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3~4년 보내고서야 '아 이제는 퇴사해도 괜찮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왔습니다. 정확히는 제 스스로 데드라인으로 정한 시점이 있었고, 그 시점에 맞춰 나름 꾸준히 준비해 왔습니다. 이런 준비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제게는 자신감과 때로는 돈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최종적으로는 퇴사라는 제 목표를 이뤘습니다. 3~4년 동안 해온 것들이 없었다면 저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퇴사는 생각만 할 뿐 실행으로 옮기는 못했을 겁니다. 


몇 천 원이라도 수익이 나거나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괜찮다 싶은 걸 꾸준히 진행하다 보니 그것들이 뭔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고, 그런 미비한 결과를 계속 내다보니 그것들이 또 쌓여서 좀 더 큰 결과물,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다른 결과와 다른 길, 다른 방법들을 제게 제시해 주었습니다. 그럼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뭔지도 잘 모르면서 일단 저질러보면 대부분은 결과가 좋지 못했지만 정말 하나씩은 괜찮은 것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회사 다니는 동안 계속 반복하다 보니 특정 하나에서 대박이 나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여러 개에서 초/중박이 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들을 합산해보니 썩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씩 확장을 했더니 여기에 좀 더 시간을 할애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계속 진행해온 것들의 결과가 퇴사를 함에 있어서 저에게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서 결국 퇴사를 하게 된 겁니다. 


퇴사 후 준비?

열심히 회사만 다니다가 어느 순간 회사를 나왔고, 그 순간 수익이 제로가 된다면 이건 최악의 퇴사입니다. 물론 모아 놓은 돈이 있고, 퇴직금도 있겠지만 경험상 갑자기 그런 돈이 생겨도 돈을 굴려 보거나 다른 걸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니 대부분 체인점에 그 돈을 올인하는 겁니다. 진짜 본인이 생각하는 여유로운 삶, 일에 쫓기지 않는 삶, 여행을 다니며 사는 삶을 원한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꾸준한 준비와 노력이 시간을 만났을 때 복리의 마법처럼 자신에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겁니다. [월급으로만 돈 번다는 생각] 이 글에서도 말했지만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월급 이외에 그 어떤 수익도 만들지 않는다면 인생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원하는 삶이 있다면 그 삶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월급으로는 당장 빚 갚고, 가족 부양하기 바쁩니다.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시는 분과 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건 하나 사서 단 돈 천 원 수익보기도 쉽지 않고, 천 원 수익 보자고 회사를 나와서 사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못해먹을 거 같더라도 월급 받는 생활이 제일 속 편한 삶인 겁니다. 회사를 나오는 순간부터 가만히만 있어도 돈이 듭니다. 회사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일 안 한다고 혼이 날 수는 있겠지만 돈은 꼬박꼬박 줬습니다. 하지만 퇴사하면 가만히 있어도 돈 들고, 움직이면 더 들고, 뭔가 하면 왕창 깨집니다. 퇴사해서 평범하고 무난하게 뭔가를 해서는 월급만큼 벌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준비까지 되어 있지 않고, 할 의사가 없다면 그냥 회사 다니는 게 정답입니다. 위험도 감수할 줄 알아야 됩니다. 어떻게 보면 회사를 다니는 것조차 나의 젊음과 시간, 노력, 심지어 가끔은 사비까지 바치는 위험을 감수한 겁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사는 걸 겁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그 어떤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고 회사만 다니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겁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위에서 말한 미비한 준비들 중에 하나입니다. 이 글 쓴다고 당장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많이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저는 왜 쓰는 걸까요? 확실한 건 도움이 되고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이 글쓰기이고 블로그입니다. 저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고,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줬고, 지금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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