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힘주며 살 순 없잖아요

내 맘의 셈여림을 지켜볼래요

by 소소담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종종 해서

출퇴근 시간만큼 더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쉬고 있질 않아서

그림 그리는 일이 부담이 되었어요.

스스로 치유해보자 하면서 취미로 시작한 그림인데

읽히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모르거나 또는 너무 잘 아는 사람에게

읽히는 것이 싫을 때도 있었어요.

그렇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그리고 싶은 것들이 다시 생겼거든요.


요즘엔 마음의 벽 세우는 일에 한창입니다.

벽이 너무 낮아서 아무렇게나 치고 들어오는 게 아닌가, 스스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키지 않으면

어느샌가 무례한 사람들에게 한바탕 넋이 나가 집에 돌아오면 멍 하고 앉아있을 때가 있었거든요.


아주 사소하고 이상한 관계에까지,

왜 내가 이 관계를 열심히 피하면서도

내가 싫고 힘든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하는지 혼란스러우면서

그 와중에 깨달은 것이 있어요.

하나는 모든 일에 너무 많은 힘을 주고 살고 있단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관계의 맺고 끊음에 신경을 쓰고 산 거예요. 어찌 보면 맺고 끊음을 설명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살았다고나 할까요.


정말 가까운, 아끼는 사람들

스스로에게 내릴 객관적인 평가를 무기로 삼아 나중에 나를 공격하지 않을 사람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냥 가까이 있을 때 마음이 편한 사람들에게만 마음을 듬뿍 담아 주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내 불편함까지 다 버텨 가면서 상대는 눈치채지도 못할 배려랍시고 내 마음을 너무 포르티시모로만 살았어요.

나는 피아니시모로도 살고 싶은 사람인 걸요.


맺고 끊음을 설명하는 일에는,

내 맘 같지 않게 어느새 눈떠보니 멀어져 있던 관계들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설명을 엄청 듣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상대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 끊어냈으면, 이 정도로 밀어냈으면 알아들을 만도 하지 않나 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인가, 적어도 나는 맺고 끊을 때 충분히 설명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닌 것 같아요,

사람 일이 우리의 마음들이 그렇게 칼로 무 베듯 잘리지 않고

마음의 문이 닫힐 때 꼭 안내판을 세워두어야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냥 싫고 불편해질 수도 있잖아요,

모든 일에 힘주고 살진 않아도 될 테니까요.

그렇게 내 마음의 셈여림표에 좀 집중해주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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