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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 Apr 07. 2021

마침표, 이별, 끝맺음, 이를 대신하는 여러가지에 대해

너무 늦은 밤이네요.

시작 전에


졸음으로 눈이 무겁게 내려앉은 하루의 끝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뭔가 큰 것을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잃어버릴 것도 같고... 그래서 이런저런 말을 남겨보았습니다.

사라진 동안의 이야기들에 대해 남길 것은 많고도 적지만 천천히 풀어낼 시간이 있을 것 같아요.


마침표를 꼭 찍어야만

완성된 문장이라고 배웠습니다.

또는 찍지 않고서는

불완전한 문장이라고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내가 활자로 적혀가는 ‘삶’이라는 책에서는

마침표를 찍지 않아도

넘길 수 있는 문장들이 분명 있고,

반드시 다음 칸이 채워지지 않아도

수월해 보이는 원고지도 있습니다.


찍고 싶었지만,

상대가 사라져 나 혼자 평생 마음으로

마침표를 무수히 찍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도무지 이 관계는 마침표라는 명칭마저

힘이 들고 버겁고 또는 사치인 것 같은

삶의 문장들도 있었고요,

그냥 종이를 찢어 파쇄하는 것이

잉크에 물이 번져 지워지는 것이 낫겠다 싶은

문장들도 있습니다.

나는 우는 마음으로 머물러 자꾸 되돌아보는데

상대는 이미 끝마친 문장도 있었습니다.


삶이 심히 유명하지 않아서

다행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내 기억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 건

설레기도 하지만

잔인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늦은 밤인데,

마침표를 찍지 않고 그냥 눈을 감아도

우리 그냥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밤에는

꼭 이 이별에 대해서

꼭 이 마음들의 끝맺음에 대해서

꼭 이 마침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문득,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마음을 잘 접어 넣어야만

나중에 길을 잃었을 때도 순간의 마음으로

쉽게 찾지 않을 수 있단 걸 알지만

어쩔 때는 마음의 칸과 칸 사이에

작은 불을 놓는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번 이상 마침표를 찍는 데에 고민한 이 관계에

다시 안 돌아오게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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