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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Nov 26. 2021

너의 콩깍지가 영원하기를

아이돌은 누가 되나

어린이 : 엄마!
나 : 응?
어린이 : (진지) 엄마는 왜 아이돌이 안 됐어?
나 : … …

이런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는 순간 아무 말도   없었다. 비교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생각 속의 나는  몸의 고 있었다.  몸매와  외모로 아이돌을?


  번도 꿈꿔 보지 않았던 장래희망이었는데,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질문이라니. 노래를   불러서라고, 춤도  춰서라고, 내가 어릴 때는 아이돌이라는  없었기 때문에 생각해본  없다고 대답했다. 어린이가 또다시 진지하게 물어왔다. “그래도 어른이 됐을  아이돌이 있었잖아. 도전해 보지 그랬어.”

그건 그렇지만, 아이돌 1세대와 비슷한 동년배로 살아왔지만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아이돌이 되지 않았냐는 진지한 질문에 얼버무리며 대답하지 못했. 지금도 모르겠다. 이런 질문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농담으로 받아쳐야 했을까? 같이 걸그룹을 하자고 할 걸 그랬나?


우리 집 어린이는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을까?

아이돌의 노래를 듣거나 보고 있지도 않았다. 오전 온라인 수업을 끝내고 점심 먹고 양치질하던 중에  들어온 질문이다. 질문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지만, 나를 보는 어린이에게 이상하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돌 엄마가 갖고 싶었던 걸까? 그건 아닌  같다. 단지 어린이는 나에게 콩깍지가 씌었을 뿐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 (세상에서 제일 착하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린이가 열 살이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각한다. 부끄럽지만, 정말이다.

“엄마는 어쩜 이렇게 예뻐?”

“나도 엄마처럼 예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 이렇게 예쁜 엄마가 자기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나 보다. 하지만 예쁜 부류와는 거리가  로서   말이 부끄럽고 어색하다.

어린이는 나를 옆집 엄마와 비교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과도 자기 엄마를 비교하지 않는다. 고마운 딸이다.

나는 아이를 비교한다. 미안하다 비교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멋지다고 충분하다고 얘기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린이는 어른인 내 자존감을 세워주는데, 나는 때때로 공부를 이유로 어린이의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그래서 미안하다. 이렇게 나쁜 말 하는 엄마인데, 넌 어찌 그리 예쁜 말을 배웠냐고 물어보고 싶다.


바라는 것 많은 엄마이지만, 나를 향한 어린이의 콩깍지는 평생 벗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굴과 몸매는 포기해야겠지만, 마음은 아이돌처럼 젊고 예쁘게 살아보겠다고 슬며시 다짐한 날이다.


엄마! 가방을 메니까 학교 가는 것 같아. 가고 싶다 학교.


나도 네가 학교 갔으면 좋겠다.
아직도 이곳은 온라인 수업 . 어젯밤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당분간 대면 수업을 할 계획은 없지만, 정부에서 허가 조치가 나오는 즉시 학교를 오픈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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