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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l 12. 2022

옛날 사진은 꺼내보는 게 아니다

촌스러웠던 나의 청춘

나 : 엄마가 방송국에서 일했던 모습 보여줄까?
아이 : 응! 응! 볼래.
나 : (영상 보여주며) 이거야.  
아이 : 오~~~~~
나 : (반응이 궁금하다.)
아이 : 엄마. 왜 이렇게 못 생겼어? (휑 간다)
나 : (당황) 괜히 보여줬어.
아이 : 엄마는 나를 낳고 예뻐진 것 같아.


아이가 커가면서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요즘 유튜브에 들어가면 예전에 했던 방송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아주 가끔 제작진으로 등장하는 내 모습도 화면에 나온다. 기억하는 몇 장면 중 하나를 찾아서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아이의 반응도 반응이지만, 그 영상을 함께 본 나도 놀랐다. 이렇게 촌스러울 수가 있었다니!


아이도 순간 자신의 반응이 엄마에게 너무했다 싶었는지  번이나 사과를 했지만, 이미 내게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버렸다. 이 날 이후 다시는 예전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겠다다짐했다. 나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리즈 시절이 없었던가. 친구에게 그날의 이야기를 하니 원래 옛날 사진 보면  그런 란다. 하지만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그날 일에 나 혼자 변명을 하곤 한다.

'그래, 그때 난 너무 바빴어. 꾸밀 시간이 어딨어. 일하기 바빴지. 저 날도 분명히 전날 밤새고 나갔을 거야.'

'근데 옷이 저거밖에 없었대? 머리는 또 저게 뭐야...'


내 기억 속에 일하던 내 모습은 참 멋있었는데, 영상 속에 보이는 모습은 달랐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나는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어울리지 않는 유행을 따라가고, 이왕이면 작은 얼굴로 보이고 싶었던 그런 나이였다. 말투도, 스타일도, 생각도 지금과 너무 다르다. 어쩌면 아이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나를 낳고 예뻐진 것 같아.


인정한다. 지금의 내가 더 낫다는 것을.

과거의 나는 이제 훌훌 털어버리겠다고 다짐한다. 열심히 일했던 내 모습만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연락한다. "십 년도 더 전에 갔던 맛집이 있는데 아직도 있대. 가보자!"

그 식당에 같이 가서 나는 계속 얘기한다. 10년 전에 여기는... 라떼는... 그래도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아이 : 엄마, 그때 보여줬던 엄마 나오는 영상 또 보여주면 안 돼?
나 : 응. 안 돼. 네가 평생 그걸 다시 볼 일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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