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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Nov 02. 2022

같이 골프 합시다

골프 예찬 글 아님.

지인 : (진지하다) 언니...
나 : (긴장한다) 왜에?
지인 : 언니도 골프 배웁시다!
나 : 글쎄... 아직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기는데...
지인 : 언니네랑 같이 필드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나 : (단호함으로) 난... 골프는 아냐.
지인 : 이제 점점 나이 드는데... 노년에 함께 할 거리를 찾아놔야죠.
나 : 그래도 골프는 아냐.


너무 단칼에 거절했나? 하지만 며칠을 생각해봐도 골프는 아니다. 수영을 배우고 3개월 만에 어깨에 문제가 생겨 한 달 넘게 물리치료를 받은 후로는 관절에 무리되는 운동은 하지 않는다. 골프채를 잡고 팔을 휘두를 생각만 해도 어깨가 아프다. 며칠 뒤 다시 만난 동생에게 조심스레 다시 말했다. 

"계속 생각해봤는데, 나는 골프와 인연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다른 노후를 생각해볼게." 


한국보다 저렴하게 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에 오자마자 골프를 시작한다. 내 주변에도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면서 베트남 생활 13년 동안 골프를 치겠다는 마음이 한 번도 들지 않았던 것도 신기하다. 가끔 행사에서 행운권 추첨을 해도 제발 '골프연습장 이용권'만 뽑히지 말라고 두 손 모아 빌 정도로 관심이 없다. 기본적으로 운동에 대해 관심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20대 시절 배웠던 수영은 동남아 여행 가서 우아하게 수영장을 즐기고 싶어 시작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접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만두었다. 독한 수영장 물 때문에 피부질환이 생기기도 했고, 팔을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프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접영 강습 초기 때 다리 사이에 끼우는 땅콩처럼 생긴 키판을 끼우고 물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배를 드러내며 뒤집혀 버리는 내 몸이 너무 부끄러웠다. 남들은 앞으로 잘만 나가는데 나는 앞으로 손 한 번 뻗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뒤집혀버리니 의욕을 잃고, 어깨 통증을 핑계로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버터플라이를 하며 멋지게 수영장을 누비는 것은 여전히 상상이다. 평영만이라도 잘 배워두었다면 좋았을 것을. 


아이는 7살 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제학교에서 수영을 가르치는 베트남 선생님께 나의 강습도 30분 부탁드렸다. 맙소사, 작은 볼풀공을 주고는 키판처럼 잡고 수영을 하란다. 한 번 팔을 휘저을 때마다 내 무게를 견디지 못한 볼풀공이 물속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내 몸도 잠수인지 수영인지 모를 모양새가 됐다. 

"아이고... 마담... 마담..." 수영 선생님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나 보다. 결국 이 때도 수영은 3개월을 못 넘기고 그만두었다. 이번 핑계는 '아이가 계속 감기에 걸려서...'였다. 그때 코치에게 우겨서 평영이라도 잘 배웠으면 어땠을까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지금은 자유형도, 평영도 요란한 물보라만 일으킬 뿐 어설프다. 가장 자신 있는 배영은 배를 물 위로 드러내기가 부끄러워서 못하겠다.  


어찌 보면 참 고집불통이다. 시작도 안 해보고, 조금 더 참고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니 말이다.

그냥 한 번만 시작해봐요. 해보고 결정해도 되잖아요.

사람마다 인생의 즐거움은 다른 법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다른 멋진 취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호치민 구석구석을 다니는 건 베트남 생활 3년 차에 그만두었다.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모를 만큼 집에 있는 시간이 좋다. 인생을 즐길 줄 모른다고, 베트남에서 사는 일상을 누릴 줄 모른다고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한동안 일이 바빠서 골프를 치지 않던 남편이 다시 골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예전에도 남편은 가끔 어쩔 수 없는 골프 약속이 잡히면 며칠 동안 저녁마다 연습장에 가서 맹연습을 했다. 그리고는 새벽 필드를 나갔다. 어땠냐는 내 질문에 남편의 대답은 늘 같았다. 

"오늘도 난 부끄러운 골프를 치고 왔어."

그러니까 치지 말자고.


나중에... 혹시라도 운동을 배워야 할 때가 다시 온다면, 수영이나 테니스를 선택하겠다. 그날이 오기 전에 오십견 예방을 위해 열심히 어깨를 돌리는 스트레칭을 해둬야겠다. 팔을 휘둘러야 할 테니 말이다. 운동은 싫어하지만, 건강의 중요성은 안다. 무릎이 성할 때 많이 다녀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요즘은 유일하게 내가 내 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걷고 뛰는 동네 한 바퀴가 제일 좋다.


그나저나 나의 노년은 뭘 하며 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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