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까지는 아닌데...
꽤 오랫동안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시간들을 보냈다.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손가락은 굳어버린 듯했고, 쓰고자 했던 글 소재는 머릿속에서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뭐라도 써 보겠다는 다짐으로 컴퓨터를 켰다.
나에게 2022년은 어떤 시간들이었을까.
좋은 일도 있었지만, 힘들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불안도가 가장 높았던 1년이었다. 관계도, 일도, 가정도 불안했다. 일어서고 엎어지기를 반복하는 남편의 일이 불안했고, 쉴 틈 없이 달려야 했던 나의 시간들은 버거웠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려고 발동 거는 아이와의 관계도 불안했다. 내 곁에는 늘 사랑스러운 딸 대신에, 싸울 준비를 마친 아이가 있었다. 툭툭 내뱉는 말들에 나는 상처받았다.
나도 안다. 이 모든 게 내가 지쳐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의 일은 한 번 쉬어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고, 내 일은 그럼에도 일할 수 있는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하면 되고, 아이는 제 때에 맞게 성장 중이라는 생각에 그러려니 하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남들도 다들 속사정이 있고, 힘든 일이 있다지만, 내게 닥친 일들이 힘든 건 힘든 거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어떨까? 과거로 가서 내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인생을 리뷰는 해볼 수 있다고 한다면? 2022년만큼은 건너뛰고 싶은 게 지금의 마음이다.
해가 바뀐다고 삶이 쨍~하고 해 뜰 날이 되지는 않겠지만, 벗어나고 싶었던 2022년이 끝나는 건 후련하다. 새해란 모름지기 무언가 새로움을 기대하고, 목표할 수 있으니 못 이기는 척 2023년을 믿어보고 싶다.
새해에는
새해에는 타국 생활 13년째 멈춰있는 것 같던 내 삶에 에너지를 채워 넣고 싶다. 방법은 아직 모르겠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에너지 수급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노안이 왔다면서 언제부턴가 컴퓨터만 가까이하던 남편에게 최근 책 2권을 선물했다. 내년에도 꾸준히 선물할 계획이다. 자기 계발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하므로 계속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멀리서 비행기 타고 와야 하는 책들이니 늘 좋은 책에 대한 촉각을 세우고 관심 가져야겠다.
새해에는... 새해에는...
생각만 하다가 2024년을 맞이할 것 같지만, 지금보다 좀 더 웃고,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면 꽤 괜찮은 2023년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어본다.
힘들었음에도 오늘까지 버텨낸 나에게 보내는 2022 마지막 위로와 격려.
수고했다.
2023년에는 유쾌한 글로 가득한 나의 페이지들이 되길.
아듀 2022.
#훌훌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