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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pr 11. 2024

이별은 계속된다.

호치민 장기 거주자의 푸념

또 떠난다. 자꾸 간다.

"엄마, 왜 나랑 친한 사람들은 다 떠나? 이상해."

아니다. 우리가 이상한 거다. 호치민이라는 이 낯선 도시에서 너무 오래 살고 있다. 보통 베트남에 오는 한국인들 대부분은 3년에서 5년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다. 회사 주재원으로 나오는 기간이 그 정도이기도 하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이곳이 녹록지 않음을 온몸으로 두드려 맞으며 경험하고는 두 손 들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가족처럼 끝없이 '버티고'를 외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곧 한국으로 떠나는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허전하다. 떠나면서 이것저것 챙겨줘서 양손은 무거운데, 마음은 참 허하다. "우리 계속 만날 거잖아요." 말처럼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서운하다. 베트남 살이가 길어질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는(못하는?) 나로서는 마음 터놓고 지내던 되는 지인이 떠나는 일이 아쉽다. 

이민 제도도 없이 2년마다 비자를 받아서 지내야 하는 나라. 아무리 오래 살아도 혜택 같은 건 없는 빡빡한 나라. 

내가 베트남에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을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앞으로 언제까지 베트남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여행 비자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해도(무비자 30일, E-visa 90일이다), 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합법적으로 거주증을 받아야 하고(2년 거주증을 신청할 때마다 꽤 많은 돈이 소요된다), 앞으로 정부 정책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내년에는 여권도 갱신해야 한다. 10년짜리 여권을 벌써 두 번이나 베트남에서 갱신하게 되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지인이 떠날 때마다 나의 호치민 생활을 돌아본다. 

떠나는 이에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고, 눈에서 멀어져도 잘 연락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여전히 곁에 함께 남아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 


그렇게 2024년에도 이별을 시작했다. 

난 슬프지 않다. 정말... 

훌쩍.

슬플 땐 맛있는 걸 먹는다. 베트남 최애 음식 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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