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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Feb 20. 2020

지금, 호치민은 휴교령

공부하고 싶어요.. 리얼리?

아마도 2020년의 코로나 사태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평생 처음 경험해보는 휴교령 사태까지 겪었으니 말입니다.


2주간의 베트남 구정 연휴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기 전 날, 호치민시 모든 학교와 유치원, 학원들까지에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하루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학교로부터 중국을 다녀온 학생들은 2주간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안내 메일을 받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뀐 것이지요.  


휴교령 첫 주... 괜찮았습니다.

연휴를 맞아 베트남에서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 아이를 학교 보내기 걱정스럽기도 했고, 밤에 산책하다가 찬바람 쐬고는 감기에 걸린 아이가 학교에서 기침을 하면 혹여나 선생님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 학교를 며칠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수요일부터는 담임선생님이 과제물 파일을 첨부한 메일을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휴교는 방학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보내주는 과제를 해야 한다면서요.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줘야 하는 것들을 프린트물만 보내주고, 가정에서 시키라는 건 좀 당황스럽습니다. 말 그대로 홈스쿨링을 하라는 것이지요. 아이는 프랑스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저는 '봉쥬르' 밖에 모르는 한국 사람인 걸요. 아마 한국어 과제물이었어도 폭발했을지 모릅니다. 프랑스어 과제물을 도와줄 수 없는 저로서는 번역기를 돌리고, 사전을 사용하고, 아이를 다독여한다 해도 목표치의 과제물을 끝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과제의 무게에 서로가 힘들고 버거웠던 일주일의 휴교. 말을 잘하는 것과, 리딩 등등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한 주면 충분할 것 같은 휴교령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한 주 더 학교 문을 닫습니다."

벌써 휴교령 3주 차입니다. 더 많은 과제물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날아오기 시작했고, 끝내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과제물에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지요. 더 이상 과제물 프린트하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호치민시에서 나온 공문에 따르면 3월까지도 호치민 내 전체 학교가  휴교할 수 있고, 2학기를 4월부터 7월까지로 조정한다고 합니다. 오늘 학교에서 받은 메일에는 2월 말에나 베트남 정부에서 휴교령 연장 여부를 확정한다지만, 학교 측은 그에 상관없이 부활절 방학을 3월 초로 당겨서 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설문조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교민 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아니, 전 세계가 술렁인다는 게 맞을까요... 그나마 호치민시 한국학교의 경우 현재 방학 중이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엄마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고학년 학생들은 봐야 할 시험을 볼 수가 없고, 하루 수업료가 10만 원에 육박하는 학교를 한 달째 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방학도 아닌, 등교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과제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소소하게나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지요. 공부하라고 학교에 보냈더니, 학교에 오지 말고 집에서 부모와 공부하라는 상황이라니... 첫 한주는 그럴 수 있다며 이해했지만, 점점 길어지는 기약 없는 휴교령에 당황스럽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호치민 내에서 국제학교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단톡방이 오픈되었습니다. 부모들은 각자의 불만을 토로하지만, 단톡방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학교를 가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지... 아이마저도 학교를 계속 쉰다는 얘기에 좋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지 "엄마, 나 이러다가 바보 되는 거 아냐?"라고 묻기도 합니다. 빨리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되기를 기대해야겠지요.



지금은 한국입니다. 지난 주에 한국에 일이 있어서 휴교령 기간 안에 해결하려고 급하게 아이와 며칠 일정으로 들어왔습니다만, 일정은 좀 더 길어질 듯 합니다. 베트남이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되어 베트남에서 입국 후 2주 후 방문을 권하는 곳이 있어 아직 대기중이기도 하고, 베트남에 돌아가도 당장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지요.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병원에도 가지 않고 있습니다. 호치민에서도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도 거의 집에서만 지냅니다. 열이라던가, 기침이라던가 그런 건 전혀 없지만, 서로가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요.

늘 안전하던, 마음껏 돌아다니던 그 날들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뜨거운 호치민이 아주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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