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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ug 11. 2021

뭐하냐고 물으면 시를 쓴다고 대답합니다.

나 : 방에서 뭐해?

어린이 : 시 써.

나 : 응.


일기 쓰기는 싫어하면서 시 쓰기는 좋아하는 열 살 어린이다. 그래서 일기 쓰기 대신 시는 자주 써서 일상의 기록을 남기기로 합의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매일 친구가 고픈 녀석은 혼자 놀다가 종종 무언가를 써온다.


이건 글은 없고 효과음과 그림만 있는
책이야.


아이가 쓰는 글의 유일한 독자는 나다. 최근에는 시리즈물도 쓰기 시작했다. <엘리즈의 이야기>, <엘리즈의 모험>. 다음 시리즈는 언제 나오냐고 재촉도 해보는데, 이건 창작자의 느낌대로 가는 거라 마냥 기다려야 한다.


옛날에 엘리즈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에펠탑을 좋아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나, 가브리엘이 그녀를 찍고 SNS에 올리자…
(‘엘리즈의 이야기’ 시작 부분)


  아이의 스토리 시작이 낯설다. 엘리즈가 무엇이고, 가브리엘은 무엇인지.  아이의 감성 궁금하다.

최근에 쓴 글은 ‘친구’이다. 친구와 싸우지만 결국 화해하고 BFF(Best Friend Forever)가 된다는 이야기다. 친구와 싸운 일이 생각나기라도 한 걸까? 하며 혼자 괜히 고민해 본다.


자기가 쓴 시를 외우겠다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어제는 문득 동물 책을 읽다가 영감이 떠올랐는지 잊어버리면 안 된다며 방으로 달려가 시 한 편을 적어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이지만,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제목 : 더해 봐


1+1은? 고양이

2+2는? 토(오)끼

3+3은? 강아지

4+4는? 귀요미

5+5는? 사랑해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은…

모두가 사랑해!


그게 뭐든 아직은 물개 박수받을 나이다. 아이가 쓴 글들은 모두 차곡차곡 모아 두고 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열 살 시절의 창작물을 보면 이불 킥하려나?


심심하다 보니  어린이는 작은 이벤트를 자주 준비한다. 쪽지를 여러  가져와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기도 하고, 굳이  마시고 싶을   잔을 가져오면서 쪽지를 끼워두기도 한다.

‘당신에겐 제가 있잖아요.’

‘어머나! 당신은 미인이시군요.’


 아이가 바라는 것은 나의 반응이다. 감동받았는지, 어땠는지,  받고 싶은지를 꼭꼭 물어본다.

녀석… 나는 이 열 살 어린이의 오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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